호주와 일본의 정보기술 이용 통계는 상당히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양쪽 국가 모두 광대역 서비스 및 휴대폰 보급이 비교적 뒤처져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이 두 분야의 보급률이 상당히 높아진 데 비해 호주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호주의 지난해 광대역 서비스 보급률은 전체 인구 대비 0.9%로서 한국의 15%, 대만의 5%, 일본의 2% 등과 대조된다. 휴대폰 보급률도 호주에 비해 1인당 GDP가 평균 27% 낮은 홍콩·대만·싱가포르 등이 70%를 넘는 데 비해 61%에 불과하다.
또 유선망에서 경쟁력을 갖춘 일본의 통신 사업자들은 지난해 광대역 통신 서비스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했지만 경쟁이 덜한 호주 사업자들은 요금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이제 일본의 서비스 가격은 호주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그리고 1인당 GDP가 호주에 비해 약 17% 높은 일본의 휴대폰 보급률은 53%에 불과했다. 이는 이용 요금이 비싼 데 따른 것으로 일본의 휴대폰 사용자는 연 평균 800달러를 지출하는데 이는 호주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비용의 거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최근 휴대폰 시장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어 경쟁이 심해지면서 통신 사업자들이 가입자 수를 아무리 늘려도 별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기존 가입자층을 바탕으로 수입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장 상황에 대한 호주와 한국·일본의 대응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제 불황과 통신주 약세에 직면한 호주 사업자들은 수익성과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본 지출을 줄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사업자들은 장래의 수익성을 생각하며 유선 광대역과 모바일 네트워크 용량 그리고 콘텐츠 개발에 엄청난 자본을 투자했다. 물론 이런 투자를 금융계에선 반기지 않았다.
일부 관측자들은 광대역 또는 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의 사업자들이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같은 이유로 호주의 주주들은 사업자들이 현실적인 수익에 역량을 집중했다는 점을 고맙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같은 전략은 경기 호황 국면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구식 또는 턱없는 예산으로 구축된 통신 인프라는 결국 호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잃고 생산성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통신과 홍콩의 아이-케이블이 제공하는 광대역 서비스는 최근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발표됐으며 서비스 제공 비용도 크게 감소해 요금 인상 압박도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투자 방식을 나무랄 수는 없다. 또 신기술에 대한 사업자들의 회의적이 시각 역시 최근의 사례를 보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일례로 너무 빨리 시작한 WAP 투자가 실패한 사례는 흔하다.
어쨌든 호주의 경쟁 환경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전망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호주의 통신 사업자들은 업계 통폐합과 대체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 자금 부족으로 아태 지역 사업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광대역 및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성장 둔화로 이어져 결국 호주가 국내보다 해외의 하이테크 상품을 주로 이용하는 하이테크 소비국으로 전락할 것임을 의미한다.
<닉 잉겔브레트 가트너 아태지역 담당 애널리스트 nick.ingelbrecht@gartn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