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분명 패션에 민감하다. 옷, 화장, 헤어스타일은 물론이고 경제활동이나 정치활동도 패션을 탄다. 심지어는 사상에도 당대를 풍미하는 조류가 있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 본성을 보편적으로 자극하는 어떤 것’을 담고 있다.
이처럼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선 인간의 활동에 ‘경향성’이 있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아이디어와 이론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에 ‘많은 사람들과 넓은 지역에 걸쳐 패션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구조, 이론은 과연 어떤 매력과 감동을 주기에 그와 같은 열풍을 일으키는가’가 때때로 궁금해진다.
IT, 좁게는 인터넷으로 가보자. 인터넷은 분명 전세계를 강타한 강력한 패션이었다. 편리함 때문인가? 부분적으로 맞지만 본질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인터넷을 쓰지 않고도 전혀 불편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기 때문인가? 많은 나라들이 IT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인터넷이 미래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준다고 역설한다. 웬만한 산업이 다 자리를 잡은 작금에 있어 자본주의의 바퀴를 계속 굴리기 위해 새로운 산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분명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를 보면 컴퓨터를 통해 쇼핑을 한다는 초기단계의 호기심이 그저 덤덤한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에는 신규시장 창출이라기보다는 인터넷이 기존의 유통이라는 큰 시장의 일부를 잠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즉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인간본성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을까?
최근 ‘엽기 김대중’이라는 코믹파일이 돌아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재미있는 인터넷방송을 위해 만든 것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천만명 이상이 배꼽을 잡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표현의 독점, 정치나 경제적 이유에 의한 정보의 통제, 검열 등 한마디로 소수에 의해 ‘어리석은 군중’으로 매도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표현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찾아서 활용하는 공간을 열어준 것이다.
이기형(인터파크 대표 leekhy@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