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창 IT담당부국장
인터넷이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새로운 관행과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비즈니스 부문에서는 인터넷의 위력이 대단하다. 인터넷이 국제적으로 널리 확산되면서 비즈니스 경쟁 룰이 크게 변화되고 있으며 기업에는 이에 대응할 힘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e비즈니스 전략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e비즈니스 기반의 비즈니스는 어떤 모습인가. 과거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매자는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에 의해 이러한 푸시(push)형 경제 원칙이 무너지고 고객 요구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고객 주도의 풀(pull)형 경제로 옮아가고 있다. 물론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업종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게 옳다.
기업과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정된 거래처와 장기간에 걸쳐 안정된 상거래를 하면서 성장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의해 기업끼리 연결되고 상호 정보교환을 하면서 이같은 밀착관계도 무너져 거래가 없었던 기업도 새로운 거래관계 구축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갑(甲)과 을(乙)의 개념도 모호해지고 있다. 갑이 결정하면 을은 따르는 단순논리는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e비즈니스 경제환경에서 e비즈니스화를 선도하는 IT업계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로는 우선 영업대상의 다각화다. 그동안 전산실 전문가 위주로 마케팅이나 영업을 해오던 IT업체들이 요즘은 기업의 전 사업라인(LoB:Line of Business)에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e비즈니스화는 지금까지 이뤄진 전산화나 경영정보를 얻어내는 정보화와 달리 각종 정보를 기업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지식)을 강구하는 것이어서 전사적이면서도 사업부마다 구현하고자하는 e비즈니스 모델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업인력도 전산화·정보화 붐이 일 때 커스터머엔지니어(CE)와 시스템엔지니어(CE)를 전면에 내세우던 것과 달리 요즘은 특정산업 전문가나 현업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을 앞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컨설팅 파트너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들에게 e비즈니스 프로젝트 방법론을 전수해주고 제3자영업을 하게 하는 것은 일반화돼 있다. 이는 e비즈니스화가 시스템의 기술력보다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 높은 시스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방법도 바뀌고 있다. 한국IBM이 올해 마케팅 전략의 틀을 ‘경영과 IT의 만남’으로 정했다고 한다. 다른 IT업체들도 제품 홍보보다는 기업체 각 사업라인에 맞는 정보전략계획(ISP)을 만들어 여기에 자사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나타나는 투자대비효과(ROI)를 알리기는 데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간 IT업체들의 마케팅이 자사 제품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에 중점을 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e비즈니스 붐이 전통 제조업체뿐 아니라 IT업체들의 기업경영이나 영업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상호협력이다. 우리 기업들은 e비즈니스와 맞닥뜨리자 한때 사이버 금광에서 노다지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몇 개만 제외하고 대부분 몰락 일보직전까지 가는 위험에 처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e비즈니스 기업 자체의 수익모델 개발 노력 부족도 있겠지만 e비즈니스화를 고객 지향적이기보다 기술 지향적인 관점에서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통 제조업체들의 e비즈니스화 붐은 IT업체에는 영업 호기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e비즈니스화에 따른 성공 기업수가 많을 때 IT업체들도 성장할 수 있다. 그만큼 IT업체들은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전통 제조업체들이 매출을 올려주는 대상이기보다는 매출을 창출해주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업은 더이상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라 함께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파트너로 봐야한다는 점이다. 수요자와 함께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 e비즈니스 시대의 IT업계 비즈니스 생태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IT업체와 전통 제조업체 서로가 협력관계를 형성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 e비즈니스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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