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기업 정책 제언

◆서울대 창업보육센터 이평호 본부장 lph@snu.ac.kr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후 부각되기 시작한 ‘벤처기업, 벤처산업’은 97년 외환위기로 침체된 우리 경제의 돌파구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요즘 일부 벤처기업의 부도덕한 폐해가 드러나면서 ‘벤처’라는 용어를 쓰기에 쑥스러운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벤처기업’은 여전히 우리 관심사임로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그 정의도 각양각색이지만 21세기 정보화 지식 산업시대 문턱을 막 넘어서고 있는 최근 기업 환경을 감안하면 ‘기술·지식·정보산업’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벤처기업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책적 과제이고 산업구조를 첨단화·고도화·효율화하는 하나의 정책적 수단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경제는 미래형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코스닥 증권시장, 제3시장 개장 등 주식발행 및 유통시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벤처기업 창업 및 육성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런 관점은 실물 경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한 적절한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욕이 앞서 ‘신자유주의’ 경제사조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기업 공개시 주가결정 메커니즘에서 정부가 조절 역할을 방임함으로써 가격의 비투명성과 거품을 초래해 코스닥시장은 물론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왔다.

 그러나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 오히려 업계를 둘러싼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상황 인식과 더불어 초심을 유지한다면 첨단기술과 도전의식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은 산업 구조를 튼실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움직일 큰 ‘동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벤처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 주체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관련 정책기관은 벤처업체 기업 공개시 주가 결정에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가격결정이 이뤄지도록 체계 정비와 정부 역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개된 기업에만 집중된 외부회계감사제도를 비공개 중소기업까지 확대해 비공개기업이라도 투자가들이 재무·회계자료를 신뢰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투자가는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해 빠른 시일 내에 ‘대박’을 터뜨리기를 기대하는 욕심을 버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견실한 기업에 투자 포인트를 두고 기업 성장 단계에 맞는 배당을 용납하는 느긋한 자세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

 셋째 벤처기업은 가격을 무조건 높이려는 자세를 버리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투자를 유치, 경영하는 마인드를 견지해야 한다.

 넷째 벤처기업은 설립 후 한동안 부족한 인력·자본·마케팅·거래선을 개선하는 동시에 경영에서 발생하는 애로점을 해결해야 한다. 몇몇 경영진이 주축돼 친지·지인들에 의존해서라도 시장으로부터 필요한 경영자원을 소싱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벤처기업은 투자가, 기술거래수요자, 마케팅담당자, 기타 적시성 정책정보제공자 등 시장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

 다섯째 정부는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해 한국 경제의 수출 창구 역할을 했던 종합무역상사와 유사한 IT기술수출 종합상사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건전한 개인 엔젤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모아 엔젤투자클럽의 조직 및 운영에 정책적인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본인이 재직 중인 서울대 창업지원센터는 이 제안에 대한 방안의 하나로 창업보육지원 사업과 동시에 보다 넓은 시장지향적, 경영 지원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입주 벤처업체는 물론 유수 벤처기업을 모집해 대형 온라인 벤처기업전시관 상설 운영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 벤처기업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경제를 한단계 발전시키는데 한몫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의 난관과 위기는 미래의 기회요, 희망일 수 있다는 마음에도 변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