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발텍컨설팅코리아 사장(seongho.cho@valtech.co.kr)
‘정보기술(IT) 투자가 진정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IT투자란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쉽게 판단할 수 없다.’ ‘IT는 항상 또 다른 투자를 요구한다.’
올들어 이같은 회의론이 자주 회자되면서 각 기업들은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은 인터넷 붐과 더불어 많은 기업들이 IT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른바 ‘묻지마 투자’마저 횡행했던 시기였다. IT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IT에 대한 기대가 최고치에 도달해 기술의 실제능력보다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이 ‘e비즈니스 전이(transformation)’로 실제 얻은 것은 기대했던 급격한 매출신장이 아닌, 점진적인 수요증가와 관련비용의 삭감 정도라 한다. 기대에 비해, 또 투자비용에 비해 만족 못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경쟁사가 하니까, 신경제 시대의 인프라니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떤 e비즈니스 모델과 솔루션을 들여와야 하는지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의 가치관 △고객의 프로세스 △파트너의 프로세스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IT를 이용, 어떻게 부가가치를 높일 것인가는 간과되고 있다. ‘무엇을 위해 쓰는지’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경영전략과 이를 위한 구체적 IT전략이 없는 것이다.
IT투자는 신경제에 걸맞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고, 경쟁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IT투자는 어떻게 가능한가.
첫째, 현재의 비즈니스에서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프로세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흔히 e비즈니스라고 하면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무시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물론 기존의 비즈니스에서 적용됐던 프로세스가 e비즈니스에서는 필요없는 경우도 있다. e비즈니스 체제하에서 새로운 프로세스를 과감히 도입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출발해야 한다. 기존 채널에서 고객과 파트너사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왔는지, 또 그들의 요구사항과 가치관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IT투자의 초석이다.
둘째, e비즈니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기업에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 있어도, 그것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론은 역시 e비즈니스 기술(technology)이다. 구체적 기술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실현 가능한 경영전략을 설정할 수 있다.
셋째, IT투자에 대한 정확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정확한 ‘경영전략’이 있어야만 IT투자가 경영성과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기업가치를 얼마나 향상시켰는지 측정할 수 있고 더불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IT투자를 통해 점진적인 수입증가와 한정된 범위 내에서의 비용절감에 만족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새로운 판매채널 확보로 매출을 증대시키고, 프로세스 효율화를 통해 관리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결국 e비즈니스를 통해 기업가치를 배가시키는 데 있다.
IT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이 아니다. IT는 e비즈니스의 문제, 바로 비즈니스와 관련된 문제다. IT투자가 진정으로 기업가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e비즈니스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경영전략이 수립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일체화된 IT전략이 선행돼야 한다. 경영전략은 IT전략에 목표를 제시해 주며, IT전략은 경영전략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IT전략은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고객의 가치관,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IT투자는 더 이상 효과가 불분명한 거액의 투자가 아니다. 기업의 가치를 배가시키며,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진정한 IT투자와 성과를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환상에만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된다. 그보다 먼저 e비즈니스를 위한 기업의 명확한 경영전략과 이에 부합하는 IT전략 수립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