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흐른 얘기지만 ‘친구’를 위시한 조폭영화들이 한국영화 시장을 뒤집어 흔들 때 한 켠에서는 한국영화 흥행의 잣대를 원망하며 ‘고양이를 부탁해’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살리자는 호소가 줄을 잇고 있었다. 작품성은 있지만 재미만을 찾는 관객들의 외면으로 상영관들이 서둘러 이들 영화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결국 뜻있는 이들의 호소가 잇따르면서 이들 영화가 재개봉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세 영화를 모두 본 필자는 무엇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보다도 그 영화 제작에 투자를 했음직한 ‘석동준’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당시의 한국영화판 흥행의 척도에서 볼 때 그런 삼류(?) 영화에 투자를 한 그의 뜻이 빛났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벤처기업의 가능성을 요로에 ‘PR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온 필자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인큐베이팅계에는 왜 ‘석동준’씨 같은 투자자가 없는 건지 요즘들어 더욱 아쉬움을 느낀다. 벤처기업의 출발은 분명 ‘창고와 도시락’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이 추구하는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에 대한 인큐베이팅의 매력 또한 지금 당장 확실한 수익모델을 확보하기보다는 그 비즈니스가 미래에 성공했을 경우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큐베이팅의 원래 의미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짧은 시간에, 어쨌든 코스닥에 입성시켜 백배, 천배의 대박을 터뜨리는 것만이 ‘진정한 벤처 인큐베이팅의 모든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가장 단적인 사례를 최근 본 적이 있다. 휴대폰을 이용해 서점에서 책이나 이벤트 입장권을 할인받아 살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준비해왔던 한 벤처기업이 변변치 못한 창업 자금이 바닥나자 국내 투자자들을 발이 터져라 쫓아 다녔다. 그러나 벤처투자에 열기가 급랭하면서 이 기업은 자금 유치에 실패했다. 결국 미국의 한 투자회사로부터 12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받고 세계 각국으로 비즈니스 모델 수출까지 추진할 수 있게 됐지만 이같은 사례를 보면서 국내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문화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절감했다.
최근 국내 영화시장은 할리우드산 블록버스터들이 국산 영화들에 맥을 못추고 있어 또 화제다. 이런 마당에 벤처 업계에도 ‘외산 블록버스터’보다 국내 인큐베이팅 자금들이 앞다퉈 ‘미래의 가능성’에 여유를 가지고 투자해주는 ‘석동준’씨 같은 안목과 질서가 살아난다면 참 좋겠다.
탑피알 대표 최보기 pr4you@topp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