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 지분매각, 그랜드컨소시엄 뜰까.
한국전력이 17일 최종 파워콤 지분매각 입찰의향서를 마감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4개 유선통신사업자, 외국계로는 4개 투자사가 참여의사를 밝혀왔으나 업체간 이해득실과 전략을 감안하면 지분매각 입찰과정에서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데이콤·하나로통신·두루넷·온세통신 등 국내 유선사업자와 신한맥쿼리·캐나다 국민연금관리기구(CDP)·SAIF·EMP 등 모두 8개 업체. 이중 캐나다 투자사인 CDP와 시스코·소프트뱅크가 출자한 SAIF는 데이콤과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키로 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데이콤·CDP·SAIF 컨소시엄과 하나로·두루넷·온세를 묶는 이른바 통신업계 제3세력 형성을 위한 ‘그랜드컨소시엄’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데이콤은 하나로·두루넷 등 후발사업자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이미 후발사업자에 입찰 공동 참여를 제안해 놓았다”며 “하나로는 물론 두루넷·온세통신 등과도 협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데이콤을 중심으로 한 그랜드컨소시엄을 유력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나로 관계자는 “망 운영권 등을 포함한 하나로의 조건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협력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다만 데이콤이 적절한 조건을 제시하면 다시 논의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망 운영권 등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재론해보겠다는 것이다. 하나로의 이같은 입장은 통신 3강 구도 실현을 위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표시와 다름없어 LG그룹측에서 여건만 만들어 놓으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루넷 역시 자금력 등 문제로 단독입찰이 어려운데다 대주주사인 소프트뱅크가 관련된 투자펀드인 SAIF가 데이콤과 컨소시엄을 구축키로 해 경우에 따라서는 합류 가능성이 높다. 온세통신도 통신세력 재편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전략적’ 입찰이니 만큼 여건만 만들어지면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CDP·SAIF·신한맥쿼리·EMP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데이콤을 축으로 하는 그랜드컨소시엄의 출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계 투자사들의 경우 국내 사업자와의 협력 외 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일 컨소시엄으로 묶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한맥쿼리는 이미 1차 입찰 때 하나로와 연합한 경험이 있고 새롭게 참여한 미국계 투자사인 EMP 역시 독자적인 행보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랜드컨소시엄이 단일 컨소시엄화할 경우 유찰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