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2

 -DNA 칩 의약 혁명 이끈다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스티븐 포터 소아과 교수가 신장 이식수술 대기중에 이식용 신장 부족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장 배양을 실험중이다. 이식용 신장의 대량 배양이 아직은 먼 훗날의 일이지만 100만개의 인간 DNA 단편들이 주입된 작은 유리조각들이 그 시기를 예상보다 빨리 앞당길지도 모른다. DNA 칩이라 불리는 이 유리조각은 신약과 질병 진단 및 예측 기술의 개발 뿐만 아니라 동식물 연구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포터 교수는 “DNA 칩은 생물학 기술의 개가”라며 “오히려 혁명이란 말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단세포 생물이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과 신체기관이 발달하는 과정을 통제하는 유전자들을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 연구는 DNA 칩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5년 전까지 보통 한 번에 하나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느린 속도로 진행됐으나 지금은 수천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하는 단계로 몰라보게 발전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DNA 칩은 상용 DNA 칩의 80% 정도를 판매하고 있는 샌타클래라에 있는 아피메트릭스가 제조하고 있다.

 전문용어로 ‘마이크로 어레이’라고 하는 DNA 칩의 청사진인 인간 유전자 지도 게놈이 현재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돼 있는 상태다. 아피메트릭스는 이 무료 인간 유전자 지도를 이용해 DNA 칩을 생산한다. 유전자 연구원들은 반도체 제조기술을 써서 한번에 하나의 유전자층인 유전자 분자를 유리에 ‘프린트’해 25개 가량의 분자를 쌓아 올린다.

 연구원들은 DNA 칩에 형광물질이 붙은 RNA를 투여해 RNA와 상호작용하는 유전자가 형광색을 띠게 만든다. RNA는 DNA 청사진과 세포의 단백질 생성 시스템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한다. 질병은 대부분 유전자가 작동하지 말아야 하는 때에 작동함으로써 발생한다. 따라서 결함 유전자를 찾아내면 그 유전자를 고치는 약을 개발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오늘날 DNA 칩 최대 목적이 다름 아닌 결함 유전자를 찾아내 그 유전자를 고치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연유에서다.

 DNA 칩은 암 등 질병의 발생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질병은 유전자가 개인별로 다르듯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발생한다. 암도 그같은 질병의 하나다. 워싱턴 DC 소재 국립아동병원 디트리히 스테판 소아과 교수는 DNA 칩이 결국 암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암 유전자를 고치는 치료법이 개발되면 부작용이 많은 약물요법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언젠가 의사들이 핸드헬드 컴퓨터로 즉석에서 간단하게 진단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DNA 칩을 분석하려면 수만 달러의 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최소한 수 시간의 분석과정이 요구된다.

 DNA 칩은 DNA 분석 장비나 관련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함께 날이 갈수록 소형화, 저렴화, 고성능화되고 있다. 칩 제조업체들은 4년 전 개당 3000달러 정도인 DNA칩에 5000개 정도의 유전자를 집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400달러 칩 하나에 1만5000개 가량의 유전자를 쌓을 수 있다. 컨설팅회사인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DNA 칩 시장은 지난 해 8억7400만달러에서 2004년 26억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위기의 선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스콧 맥닐리 회장 겸 CEO는 자사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의 ‘연례 잼버리’인 자바원에서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자바원에서 “애들을 컨트롤-알트-딜리트 키의 세계에 도저히 남겨둘 수 없다”며 MS 기반 PC가 에러났을 때 부팅을 다시 하기 위해 누르는 유명한 이 명령어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1만5000여 프로그래머들에게 ‘음침한 곳’에서 나온 프로그래밍 도구 대신 선의 자바 지원을 촉구했다. 맥닐리 회장은 이날 연설 말미에 그답지 않게 겸손해했다. 그는 “만약 선의 자바를 지원하고 싶다면 부담없이 선 서버를 구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선은 분명 뭔가 잘 나가는 추가 사업이 절대 필요한 처지다.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19%씩 성장하던 선의 매출은 지난해 27%나 감소했다. 이 회사 순익은 거의 없었으며 주가 또한 2000년 최고치에 오른 뒤 85% 이상 폭락했다. 지난 가을 맥닐리 회장은 선 창업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고를 단행, 전직원의 9% 정도인 3900명을 감원했다. 분석가들은 만약 그가 빠른 시간내에 자사를 흑자 기조로 되돌리지 못하면 추가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자산 기준으로 실리콘밸리 4위 기업인 선은 맥닐리 회장이 회생의 길을 찾지 못하면 MS와 IBM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전통적인 고가 유닉스운용체계 서버를 전문 생산하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맥닐리 회장은 “선의 현 경영난이 닷컴 몰락 때문”이라며 “벤처 투자를 받은 웹 신생사들과 규제 완화로 인터넷사업을 확대하려는 통신회사들의 주문이 지난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선마이크로시스템스로 물밀듯 들어왔었다”고 자체 분석했다. 선의 문제는 거품 이후 침체만큼 컴퓨터업계의 근본적인 변화와 큰 관련이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시각이다. 선은 자체 스파크 칩과 솔라리스 운용체계를 채택한 강력한 서버를 판매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선 고객들은 선 서버가 다른 회사 서버에 비해 더 비싸다해도 높은 신뢰성과 성능을 보고 기꺼이 구매했다. 그러나 인텔 칩에 MS 윈도나 공짜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채택한 일반형 염가 서버가 성능이 개선되면서 선의 하드웨어 성능이나 관련 서비스의 신뢰성이 도전받고 있는 처지다. 여기다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예산 삭감도 선에 악영향을 미쳤다. 선은 경쟁사들의 일반형 염가 서버 공세에 대한 맞불전략으로 지난 2월 선 제품 및 서비스를 일반 목적의 소형 리눅스 서버로 확대키로 했다. 선은 고가 서버 부문에서도 경쟁 압력에 직면한 처지다. 시장조사 회사 IDC에 따르면 선의 유닉스 서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0년 35.5%에서 지난해 30.8%로 줄어든 반면 경쟁사인 휴렛패커드(HP)와 IBM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동안 2% 늘어난 25.3%와 3.8% 증가한 22.5%를 각각 차지, 선에 바짝 다가섰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통신중독증자 늘어간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매트 하노버 컨설턴트는 자칭 ‘이동통신기술 중독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곧잘 농담하곤 한다.

 그는 ‘블랙베리’ e메일 기기 2대,팜 핸드헬드 컴퓨터 2대,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기종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그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는 점은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첫 단계라 긍정적이다.

 그가 각종 기기와 그 기기들이 제공하는 외부와의 연결 기능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은 지난 여름 유럽을 여행하면서 오로지 e메일로만 외부와 연락했던 때였다. 그는 “휴대폰과 휴대형 컴퓨터, e메일 기기 등 3가지 기기를 통합한 핸드스프링의 ‘트레오’가 판매되면 구매할까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이동통신기기 중독증의 회복 단계에 있다”고 자가 진단을 내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블랙베리를 매분마다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베리를 예전처럼 주머니에 넣지 않고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가끔씩 e메일을 체크한다”고 덧붙였다.

 블랙베리 중독자들 사이에서 ‘크랙베리’라고 불리는 이 기기를 판매하는 캐나다 RIM 짐 발실리 회장 겸 공동CEO는 최근 아내가 자신의 가정을 ‘블랙베리 무풍지대’로 선언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현관에서 블랙베리 검색을 끝내야 아내가 나를 집안으로 들인다”며 “한번은 딸애가 나를 의심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블랙베리같은 메시지 기기의 통신료가 비싸고 휴대폰 통화 기술에도 한계가 있어 이같은 기기의 중독자들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 기업 간부나 거액 투자자, 기기 마니아들로 국한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과 같은 통신 중독 인구가 곧 폭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T&T와이어리스서비스나 벨사우스와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 무선사업부의 합작회사인 싱귤러와이어리스같은 주요 이동통신회사들이 단문 메시지서비스(SMS) 확대의 최대 장애물인 메시지 통신료 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MS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통신회사들이 자사 가입자가 다른 회사 통신망 가입자에게 최대 150자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한몫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동통신회사들이 매출 증대 차원에서 SMS에 적극 나서고 있어 SMS가 미국에서 곧 활성화될 전망이다.

 모바일 메시징 모니터의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MS 전송 건수는 3500억건에 달했다. SMS 건수는 미국과 홍콩, 중국 이동통신회사들이 양방향 SMS가 유럽 대부분과 아시아 일부 지역을 가로지를 수 있게 허용한 기존 제휴에 필적하는 제휴를 최근 체결함으로써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코닝 감원 및 공장폐쇄

 

 세계 최대 광케이블 제조업체인 코닝이 통신산업 침체 지속으로 최대 12.5% 직원 감원과 일부 공장폐쇄 가능성을 내비쳤다. 코닝은 아울러 지난 30년간 재직해온 존 루스 사장 겸 CEO가 25일 퇴임하고 대신 제임스 휴톤 회장이 CEO직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플로스 코닝 CFO는 “전세계 3만2000여 코닝 직원의 12.5%인 최대 4000명이 해고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주 코닝에 있는 이 회사는 아울러 1 분기 순손실이 분석가들의 당초 예상치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자신의 고조부가 1851년 코닝을 창업한 휴톤 회장은 지난 93년부터 96년까지 회장겸 CEO를 지닌 뒤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무임소 회장으로 다시 복직했다. 그와 그의 친인척은 직접 또는 신탁을 통해 코닝 발행주식 9억3300만주 가운데 91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코닝은 지난 2월 자사 실적이 1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아울러 감원과 공장폐쇄 등 비용절감 추가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지난 99년 12월 사장, 지난해 1월 CEO에 선임된 루스 사장 겸 CEO가 퇴임하는 것은 사내 권력다툼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코닝 주식을 소수 보유한 핍스서드테크놀로지펀드의 스티브 마이그런트 포트폴리오 공동매니저는 “코닝이 루스 CEO를 밀어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살로먼스미스 바니사의 팀 앤더슨 분석가는 “루스 사장 겸 CEO가 밀려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아무튼 휴톤 회장이 CEO직을 맡으면 코닝의 리더십이 보다 원숙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닝은 이날 웬델 윅스 광사업부 본부장이 사장 겸 COO로, 플로스 CFO가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