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탄생과 동시에 전산시스템 통합의 허점을 드러내며 은행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미즈호은행이 결국 합병전 각 은행의 CEO 3명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인책성 사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지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말까지 미즈호그룹내 3개 은행의 CEO 자리를 맡아온 3명의 특별고문은 이번 전산시스템 오작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한 이들 CEO들이 퇴직시 받을 수억엔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퇴직위로금에 대한 전액 반납이나 감액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할 것이 확실시되는 3명의 CEO는 스기다 전 다이이치칸교은행 CEO, 야마모토 전 후지은행 CEO, 사이무 전 니혼쿄교은행 CEO 등이다. 세 사람은 합병 직전인 3월말 각 은행 CEO에서 특별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취임해 있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번 전산 장애의 주된 원인으로 시스템통합 계획 책정을 둘러싸고 3개 은행간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면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던 점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 통합의 최고 책임자인 이들 3명의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상황.
한편 마에다 미즈호홀딩스 사장 등 현 경영진도 이번 사태를 마무리짓는 대로 일정 책임을 지고 보수 반납 등 경영상의 책임을 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합병을 감시·감독할 책임이 있는 금융청의 업무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불거지는 등 경우에 따라서는 인책파문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다이이치칸교, 후지, 니혼쿄교 등 3개 은행이 경영통합을 결정한 것은 지난 9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개 은행은 당시 전산시스템 통합은 기본적으로 다이이치칸쿄은행을 중심으로 2002년 4월까지 완전 통합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통합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전산시스템 통합을 2003년 4월로 연기하고 합병은행 발족시점인 2002년 4월부터 1년간 중간접속컴퓨터를 통한 연결 전산망으로 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충분한 사전 테스트 및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 당일을 맞은 미즈호은행은 결국 영업 첫날 현금자동인출기(ATM) 장애 발생을 시작으로 250만건을 넘는 송금내역 전산미처리 및 2중 처리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장애 발생 3주가 지난 현재까지 합병은행의 전산망 완전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에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즈호은행측은 밝혔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