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원격근무 활성화를 기대한다

 ◆안문석 전자정부특별위원장 ahnms@mail.korea.ac.kr

 

 최근 서울시가 원격근무 도입 연구보고회의를 열었다. 원격근무(telework)는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사무공간과 근무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사이버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도입되기 시작한 새로운 유형의 근무형태다. 원격근무는 다시 재택근무, 원격근무센터 근무 그리고 이동원격 근무로 나뉘어진다. 제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원격근무가 ‘전자정부구현을 위한 행정업무 등의 전자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법 제30조(온라인 원격근무)에서 ‘행정기관의 장은 필요한 경우에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특정한 근무장소를 정하지 아니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보고회의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에서는 화면설계, 프로그래밍 코딩, 자료분석, 재결서 작성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른 중앙부처가 원격근무에 대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전자정부사업이 앞서 있는 나라에서는 경제인구 가운데 원격근무가 차지하는 비율이 10명 중 1명 이상이 된다. 지난 99년 말을 기준으로 핀란드 16.8%, 스웨덴 15.2%, 네덜란드 14.5% 그리고 덴마크가 10.5%였다. 미국의 경우는 2001년말을 기준으로 7만5000명의 공무원이 원격근무를 하고 있고 이 수는 2000년 대비 39.5%나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격근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분명치 않은 개인별 직무기술서를 들 수 있다. 현장에서 몸으로 때우는 일과 원격근무가 가능한 업무가 혼재되어 있어 원격근무를 하기가 어렵다.

 문화적으로도 가족주의적 직장문화가 팽배하기 때문에 상사와의 대면접촉을 중시하는 풍토도 원격근무의 확대를 어렵게 할 요인이 된다. 상사와 대면접촉 횟수가 적은 원격근무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보안문제도 큰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갖는다. 법 제30조는 ‘행정기관의 장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불법적인 접근의 방지 그밖의 보안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기술적·제도적 보안이 원격근무 활성화의 선결조건임을 보여준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 핀란드와 스웨덴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왜 전자정부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결같은 대답은 EU에 가입한 나라로 EU의 강대국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전자정부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인구 550만의 핀란드나 인구 900만의 스웨덴의 입장에서 보면 프랑스나 독일 등 강대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자정부 구현이 필연적인 과정으로 인식된 것이다.

 13억 인구의 중국과 1억4000 인구의 일본을 이웃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이들 나라와 경쟁해 이기기 위해서는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길밖에 없다.

 원격근무는 사람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면서 동시에 대도시에 집중되는 인구현상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더 나아가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 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고 공해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이버 공간을 만드는 인프라인 PC보급률이나 초고속망 보급 그리고 인터넷 이용면에서 세계 최상위 국가에 속한다.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원격근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직장문화를 개선한다면 21세기가 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