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향한 국내 하이테크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저가 범용부품이나 가전이 주류를 이뤘던 중국진출이 최근들어 대규모 장치업종인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하이테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KEC 등 하이테크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런 현상은 인구 12억명인 미래 경제 대국인 중국이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최대의 전자 및 정보기술(IT) 공급지역으로 급격히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저임금을 무기한 무한한 노동력, 컴퓨터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 날로 급신장하는 기술력,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의 육성책, 급증하는 외국인투자 등이 경제 대국으로의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이 중국에 대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한 요인이다. 이미 세계 500대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해 우월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제2의 경제도약’을 노려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중국투자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IT강국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이 분야의 해외진출을 꾀하고 경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양한 민족에다 소비자 계층이 다원화된 이른바 복합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타깃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 하이테크 분야에서 우리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국내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내 생산기반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제조업의 중국진출에 따른 수출감소, 고용불안 등의 부작용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시대에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 당초 의도처럼 현지화 전략에 성공해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확립,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 중국은 적극적인 첨단산업 육성과 첨단기술 이전을 위해 자국내에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런 기회에 중국에서 최고의 제품과 기술로 승부할 경우 세계 대기업들을 제치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기술이 앞서야 거대 황금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혁신과 생산력 향상이다. 우리의 기술력이 경쟁력을 제치고 제품의 질이 우수할 때 현지화도 가능한 것이다. 만약 기술이 낙후되고 품질이 나쁘면 중국시장 진입은 성사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우리 시각에서 중국시장을 볼 것이 아니라 중국인의 시각에서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시장공략에 나서야 한다. 중국진출에 실패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다름아닌 한국적 마인드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또 신기술패권주의와 기술보호주의가 갈수록 만연해짐에 따라 중국과의 통상마찰이나 외국과의 특허분쟁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