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최근 밝힌 올 1분기 세계 PC 판매량은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3274만대다. 이중 컴팩과 HP는 각각 330만대와 234만대로 세계 2, 3위를 기록하고 있다.표참조
외형상으로만 보면 양사 PC 판매량은 세계 PC시장에서 17.2%(564만대)를 차지, 델컴퓨터(14.3%)를 밀어내고 세계 1위다. 하지만 작년 한해에는 HP-컴팩 합산 실적과 델과의 격차가 5%나 났는데 올해 1분기에는 이것이 불과 2.9%로 좁혀졌다. 델이 양사보다 PC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때문에 월가 일각에서는 일찍부터 새 HP가 다른 분야와 달리 PC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새HP가 비록 세계 PC시장에서 매출이 가장 많지만 정작 짭짤한 재미를 보는 것은 저가형PC를 앞세운 델과 게이트웨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실제 양사 합병이 처음 발표된 지난해 9월초 이래 미국 소매 PC시장에서 컴팩과 HP의 매출은 줄어든 반면 대신 이 공백을 다른 업체들이 메우며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토드 코트는 “새 HP가 규모상으로는 크지만 내용상으로는 느슨하다”고 지적, “IBM은 물론이고 델에도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며 새 HP의 수익구조가 이 때문에 자칫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피오리나는 이에 대해 “PC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있어 앞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합병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HP와 컴팩은 PC유통 방식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한계를 갖고 있다. 델과 게이트웨이가 일찍부터 인터넷이나 우편을 통한 직판 방식으로 히트한 반면 양사는 컴프USA·베스트바이 같은 대형 총판을 통한 판매에 주력, 매출 신장에 어려움을 보여 왔다. 최근 컴팩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에 주력,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새 HP는 앞으로 온라인 판매를 크게 늘리는 한편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저가 경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저가PC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델과 뜨거운 한판 승부를 예고하는 것이다. 양사의 중복 제품과 관련해 시장 전문가들은 HP의 데스크톱PC ‘벡트라’와 노트북PC ‘옴니북’이 퇴출 불명예를 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PDA=새 HP는 팜이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세계 개인휴대단말기(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에서 시장 점유율이 15%에 육박하며 팜의 자리를 위협하는 메이저 업체로 일약 부상한다. 팜의 제품이 자체 운용체계(OS)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HP와 컴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OS를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PDA 판매량은 1310만대인데 이중 팜이 38.6%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컴팩과 HP는 각각 9.8%와 5.4%로 3, 4위를 차지했다.
IDC가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실적에서는 컴팩과 HP가 각각 10.1%와 4.4%의 점유율을 보였는데 컴팩의 경우 일년전보다 매출이 크게 는 반면 HP는 감소했다. 이 때문에 양사 제품 중 하나를 정리해야 한다면 HP의 ‘조나다’가 살생부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 HP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에 있어서는 팜에 밀리지만 양사 제품의 가격이 팜 제품보다 비싸 매출액에서는 팜을 능가한다. 이와 관련, 최근 컴팩은 “지난 2000년 4월 처음 선보인 우리의 PDA ‘아이팩’이 200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밝히며 “‘아이팩’이 팜의 제품보다 훨씬 비싸 매출면에서는 우리가 팜을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과 올해 주춤한 성장세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세계 PDA 시장에서 새 HP 연구개발, 마케팅 등에서 합병 효과를 내며 점유율 향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2년 1분기 세계PC시장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