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통합고지서 발급 의미와 전망

 

 이번 시외전화 요금 통합고지서 발급 결정은 통신시장의 유효경쟁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동안 선발사업자인 KT는 통합고지서 발급에 대해 마케팅의 핵심인 요금고지서를 경쟁업체와 공유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았으며, 반대로 후발사업자인 데이콤과 온세통신은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고지서 발급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통합고지서 발급 의미=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된 역무간 동등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선발 시외전화사업자와 후발 시외전화사업자에 최소한의 경쟁기회를 마련해줬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고객의 요금납부 선택권을 확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시외전화서비스의 이용편리성을 제고해 대국민 편의성을 증진할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의미다.

 ◇후발사업자 어떤 점이 유리한가=통합요금고지서가 발행되면 후발사업자는 기존 지배사업자인 KT의 보유시장에 대한 접근이 유리해진다. 다시 말해 KT서비스 범주에 후발사업자의 서비스까지 하나로 묶이게 돼 ‘비교’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후발사업자는 특히 자사의 서비스요금이 KT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2200만명이나 되는 KT의 고객 중 일부를 자사의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그동안 KT가 경쟁업체의 서비스를 선택할 경우 별도의 요금고지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경쟁사업자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주장해왔다. 후발사업자는 이외에도 수납률 또한 높아지고 이용자 민원이 감소함으로써 대고객서비스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고지서 중복 발송을 없애 서비스 품질개선 등 사회적 후생이 증가할 전망이다. 데이콤의 경우는 지난해 시외전화 사용자당 매출이 4000원 가량인데 이중 18% 가량인 700∼900원이 빌링 비용으로 나가고 있으며, 온세통신 역시 매출의 19.5% 가량이 빌링 비용으로 추산돼 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고지서를 이용한 개별 마케팅은 어렵게 된다.

 ◇KT, 최대 피해자(?)=통합고지서 발송으로 자사의 마케팅 전략과 특정상품에 대한 정보가 새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금고지서를 KT의 이름으로 발행하다 보면 요금뿐만 아니라 경쟁사 고객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는 등 여러가지 잡무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KT는 이같은 유무형의 고객민원처리 비용이 단순히 고지서 발송비용 차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결국 요금대행 업무로 소액의 비용을 받는 대신 경쟁사의 마케팅을 대행해주고 민원을 전가받는 등 통합고지서 발송으로 인한 손실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요금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합의조항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고객의 정보를 이용한 역마케팅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망=아직 사업자간 합의할 사항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 3사간 이용자 민원의 7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고지서 중복 발송 문제가 해소돼 후발사업자의 경쟁력 제고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데이콤이나 온세통신의 시외전화를 이용하던 고객이 다시 KT시외전화로 리턴하는 이유가 고지서 발급의 불편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또 부분적으로는 유효경쟁 여건이 마련돼 대고객서비스 개선과 함께 서비스요금 인하 효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200억원 가량(데이콤 120억원, 온세통신 80억원)의 빌링금액을 절감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사업자간 중복업무의 통합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어 사회적 후생이 증가할 전망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