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북한행사의 남한기업가

 “반도체 설계분야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벌이고 싶은데 어느 기관을 접촉해야 합니까.”

 “3차원 솔루션을 북측과 함께 개발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2일 ‘제1차 조선 콤퓨터쏘프트웨어전시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 중국대반점 국제회의실. 전시회에 앞서 열린 기술설명회장에서는 이런 물음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질문은 대부분 남한의 벤처기업가들이 던진 것이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질의·응답순서에서는 남북한만의 행사장을 방불케했다. 남한 기업가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북측 대표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현황과 협력 절차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전시장에서도 남한 기업가들은 사업분야에 맞는 부스를 찾아가 북측의 담당자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즉석에서 기술과 제품에 대한 토론을 벌이면서 남북 공동개발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북측도 향후 1년내 교류계획을 묻는 설문지를 배포하는 한편, 남한기업가들의 물음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해주는 모습이었다.

 전시회를 참관한 남한 관계자는 “남한 기업가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남북 협력 의지를 밝히고 접촉창구를 묻는 것은 그만큼 IT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욕구와 그 필요성을 드러낸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측이 기초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남한의 상품화 기술·자본과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남한의 IT벤처기업 대표들은 행사를 꼼꼼히 둘러본 뒤에는 지난해 8월 중국 단둥에 설립된 남북 첫 IT개발용역사 ‘하나프로그람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북측 IT인력들이 남한기업들과 같이 기술을 개발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를 지켜본 남한의 참관객들은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사업계획을 지원할 일원화된 창구 가동이 시급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전시회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무조건 협력사업에 덤벼들어서도 안되겠지만 IT 분야의 남북 협력이 가장 현실적이고 서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접근방법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자리이기도 했다.

<베이징=E비즈니스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