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인터파크 대표 leekhy@interpark.com)
지난주말 인터파크가 벤처기업에서 일반기업으로 변경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빗발치는 문의전화로 한바탕 북새통을 치렀다. 좀 의외였다. 사실 벤처제도가 초기(start-up) 단계의 회사에는 유용하지만 사업이 일정규모로 커지면 별반 혜택도 없을 뿐더러 요즘 벤처기업과 관련된 사건이 이슈가되다 보니 차라리 벤처기업 딱지를 떼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벤처란 ‘감히 한번 도전해 본다’는 의미이고 보면 성공해서 빨리 통과해야 할 불안정한 상태일 것이다. 당대에 기업을 크게 일으키고 성공하는 것이 가능한 미국에서 일상화된 벤처라는 용어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도입되면서 또다시 ‘한국화’가 됐다. 어떤 기업이 벤처상태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이 일종의 자격증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말처럼 돼버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또 성공적인 기업이 나오는 도전과정이 반복되다보면 그만큼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으로 시작된 ‘벤처제도’가 자리도 잡기 전에 재벌구조의 한국경제체제에 하나의 신분으로 흡수돼버렸다. 그것도 별로 명예롭지 못한 형태로 말이다.
이미 이렇게 고정화된 이미지의 벤처기업이라는 타이틀로는 큰 비전을 담아내기에 한계가 많아 오래 고민했다. 많은 기업가들이 동참해준다면 고맙겠지만 우선 인터파크만이라도 현재의 위치를 잘 표현하는 말을 찾아보았다. 고민 끝에 ‘청년기업’으로 낙점이 되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몸이나 마음이 제법 성숙했고 그러면서도 나중에 뭐가 될 지 모르는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상태가 ‘청년기업’에서 끌어내고 싶은 이미지다. 지금 전자상거래는 세계적으로 초입부분을 통과했다.
지금 이뤄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아직도 물속에는 91.7%가 잠겨있다. 인터넷쇼핑몰이 새롭게 떠오르는 범세계에 걸친 전자상거래산업을 끌고 나가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우리의 소득과 산업경쟁력을 드라마틱하게 높일 것이라는 보고서는 많이 접해 보았을 것이다. 공급망관리, BtoB가 아직도 많은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멀지만 가슴설레게 도전해 봄직한 여정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가 필요하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