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당하지 못한 코어세스

 최근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코어세스의 성공은 아직 일천한 국내 네트워크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특히 알카텔·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형 통신장비기업이 주도해온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 시장에서 거둔 코어세스의 성공은 더욱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로써 코어세스는 가입자 1000만명을 향해 달려가는 국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빠른 성장속도와 달리 가입자용 장비 개발, 생산 경쟁력에서 외국 기업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던 국내 통신장비 벤처기업들에는 새로운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ADSL의 대량수출로 연간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 네트워크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코어세스는 올해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탓에 업계는 이 회사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자연스러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이 1분기 실적을 앞다퉈 발표하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코어세스는 1분기 실적을 묻는 기자의 취재 요청에 ‘밝힐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코어세스는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지도 않고 코스닥에 등록돼 있지도 않은 만큼 반드시 사업 실적을 밝혀야 할 의무는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ADSL장비의 대량수출 계약과 연간매출 목표 5000억원이라는 ‘당찬 사업계획’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회사가 사업실적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코어세스가 지금 코스닥 등록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실적 발표를 거부하는 태도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수년 내 연간매출 1조원 돌파를 자신하던 회사가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1분기 사업실적 발표마저 거부하는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

 외산이 주도하고 있는 네트워크 시장에서 국산제품의 성가를 높이고 있는 코어세스가 좀더 투명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본다.      

 <엔터프라이즈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