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시장 `긴급점검`>(10/끝)한·일간 새로운 관계 설정 

 지금까지 9회에 걸쳐 일본 정보통신시장 동향을 살펴본 결과,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초고속통신망을 기초로 다양한 솔루션 및 콘텐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광대역 △상시접속 △정액제 등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최근 일본의 정보통신 요금체계는 종량제에서 정액제로, 그러면서도 광대역으로 24시간 언제든 접속이 가능한 상시 접속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시간과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동영상 콘텐츠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환경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기업으로는 NTT그룹의 NTT-ME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보이스(Voice)혁명’을 제창했다. 이는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우편 등 텍스트 중심의 서비스에서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 영상 등의 콘텐츠 서비스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NTT-ME는 보이스혁명 1단계 서비스로 지난해 5월부터 가정용, 법인용, SOHO 및 중소기업용 등 세가지 형태의 IP 전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훨씬 빠른 IP 전화서비스가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보이스혁명의 2단계는 기존의 보이스에 영상을 함께 제공하는 토털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보급이다. 과거 텍스트 중심에서 현재는 음성, 그리고 내일은 영상이라는 진화형태에 발빠르게 대응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NTT-ME는 영상배신, IP 전화, VDSL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재 한국의 여러 기업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일본 IT업계에서는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은 중국으로 일본의 게임·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중국을 소비시장으로서뿐 아니라 비용절감 차원에서 생산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또 일본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 단말기가 빠르게, 널리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인터넷이라 하면 우선 휴대폰에 의한 무선인터넷이 연상됐으나 현재는 유선의 초고속망을 이용한 PC 등 다양한 단말기들이 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용층도 젊은 세대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컴퓨터의 이용자 인터페이스가 크게 개선되고 세대별로 특화된 다양한 콘텐츠가 상시 제공되면서 성별·세대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낚시·정원가꾸기 등 취미생활 콘텐츠, 노인의 실생활과 관련이 있는 정보, 각종 마니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 임산부만을 중심으로 한 정보 등 동영상정보가 아주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우리에게는 일본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하는 점이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우리의 협력자이자 경쟁자다. 여기에다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까지 고려한 새로운 관계 설정이 요구되고 있다. 이들 국가와 어떠한 관계를 가져가는가에 따라 우리의 IT산업, 나아가 국가의 미래는 크게 바뀌어 갈 것이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IT업계에는 훨씬 더 새롭고 빠르게 변화하는 새 체제에 대응, 주도적 역할을 맡겠다는 자세가 필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