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타임워너 `잘못된 만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동거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것인가.

 세계적인 온라인 업체인 AOL이 역시 유명한 콘텐츠 업체인 타임워너를 합병한 세기의 이벤트가 올 1분기 결산에서 미 정보기술(IT) 업계 사상 최대의 적자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각) 발표된 결산에서 AOL타임워너의 손실 규모는 542억달러(주당 12.25달러)를 기록했다. ‘신경제의 표상’으로 온라인 기업과 최대 미디어 기업간 시너지를 노리며 출범한 AOL타임워너는 현재 주가가 합병 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데다 영업권 상각에 따른 손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전대미문의 참혹한(?) 분기실적을 거두면서 업계에서는 “AOL타임워너가 막다른 길목에 다다랐다”는 혹평과 함께 분리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출발=2000년 1월 출범 당시만해도 양상은 달랐다. 2500만명을 훌쩍 넘는 AOL의 인터넷 인프라와 케이블(타임워너·HBO), 잡지(타임·포천 등), 영화(워너브러더스·뉴라인시네마), 음악(워너뮤직) 등 타임워너의 콘텐츠간 결합은 ‘인터넷 혁명을 촉발시킬 불꽃’으로까지 표현됐다. 합병 규모는 업계 최대였고 합병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번 결산 발표와 함께 업계의 예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불과 2년 만에 천당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부진의 원인=AOL타임워너의 부진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는 근본적인 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FT는 “이론적으로는 시너지가 가능했지만 합병은 실패로 판명났다”고 규정하면서 “문제점은 합병 당시에서부터 내재돼 있었다”고 진단했다.

FT는 합병으로 인해 가치가 상승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비대해진 업체 관리가 힘들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제는 특히 AOL과 타임워너처럼 모든 거래가 주식으로 이뤄졌을 경우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AOL타임워너는 특히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합리적인 전망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FT에 따르면 AOL과 타임워너는 처음부터 합병이 인터넷에서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이 불투명했다. AOL은 가입자 기반은 넓었을지 모르지만 고객들은 타임워너의 콘텐츠만 받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분할론=일부에서는 온라인 부문인 AOL의 부진이 회사 전체 주가를 깎아 내리고 있다며 원래대로 나누는게 낫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AOL 구성원들과 타임워너 구성원들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합병전 타임워너 측이 제안한 사업들이 잇달아 성공을 거둔 반면 AOL은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인터넷 거품이 빠진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으면서 이 주장은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전망=부진에도 불구하고 AOL타임워너의 모든 것이 부정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분기 실적에 영업권 상각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미국 정부는 기업 인수·합병(M&A)후 영업권을 일정기간 내에 털어내도록 의무화했고 이를 회사 자율에 맡겼다. AOL타임워너는 합병가치 하락을 1분기에 반영했고 그 결과, 기존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영업권 상각을 제외할 경우 20억5000만달러(주당 18센트)의 순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억달러(주당 16센트)보다 증가했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97억6000만달러로 예상치인 94억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온라인 광고시장 침체, 신규 가입자 증가세 둔화라는 어려움을 뚫고 달성한 실적이어서 한층 더 빛을 발한다. 향후 인터넷 시장이 수익성 높은 광대역으로 전환될 경우 시장변동은 물론 AOL타임워너의 미래도 섣불리 비관할 수만은 없다. AOL타임워너의 관계자도 ‘맞을 매’를 이번 분기에 맞은 셈이고 앞으로는 양상이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OL타임워너는 지금, 20세기 IT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흘러간 기업’이라는 평가에 멈출지 아니면 21세기 미디어 환경을 이끌어갈 역량을 가진 ‘현재형 기업’인지를 가늠하는 심판대에 올라섰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