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의 다양화

 ◆정상원 넥슨 사장

 

 최근 게임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대학시절 진화학 강의시간이 떠오른다. 당시 생물학을 배우면서 평소 가장 궁금했던 ‘모든 생물은 왜 자신이 영원히 사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2세에게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종족을 유지하려고 했을까’ 하는 점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2세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은 결국 다양성 속에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유일한 생존수단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왠 진화학 얘기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현재 최적의 상태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생물도 환경이 바뀌어 적응할 수 없게 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연유로 최근 온라인게임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임업체들의 모습이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물론 현재 가장 성공한 게임은 온라인게임인 ‘리니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모든 업체들이 리니지 환상에 빠져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해 온라인게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작금의 모습은 많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게임이라는 콘텐츠에는 정도가 없다. 한때는 ‘킹즈퀘스트’를 비롯한 모험이야기를 다룬 게임이 대세를 이끈 적도 있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전국을 강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게임을 제작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개임개발사들이 “온라인 게임”이라고 답한다. 그것도 모두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몬스터를 죽이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형태의 롤플레잉 게임 일색이다.

 최근 2, 3년 사이에 급속도로 발달한 초고속 인터넷망은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되는 데 있어 너무나 좋은 텃밭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초고속망을 통한 대용량 게임의 복제라는 폐해가 패키지게임에는 사약과 같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보면 온라인게임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런 토양에서는 온라인게임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게임은 기획성과 작품성·내용·프로그램·그래픽아트 등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되고 여러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 방향이 온라인게임 일색으로 흐르면서 유저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도 게임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모두가 온라인게임만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패키지게임이나 모바일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또 이를 위한 시장환경이나 지원활동이 시급하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나 PC게임 시장 등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개발 경쟁력은 뛰어나다. 세계를 무대로 삼아도 족히 정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을 제외한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살려주고 세계시장에서 활개를 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을 만큼 국내 시장이 한쪽으로만 치우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쉽다.

 특히 세계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미미하다. 앞으로 온라인게임으로 세계 게임시장의 비중이 옮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같은 전망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하나의 장르에만 몰려들다보면 고대 주라기시대의 공룡과 같은 최후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한국이 현재 얻고 있는 온라인게임 최강국이라는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명실상부한 게임강국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또 이를 위한 정부 및 소비자의 지원도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