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휴대폰 가입 인구 3000만명에 초고속정보통신망 800만가구 가입 등의 이유로 IT 분야에서는 ‘강국’으로 통한다. 전세계 어느 곳을 다녀봐도 한국만큼 인터넷 접속과 외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편리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우수한 제조기술과 풍부한 인력을 강점으로 IT와 전자산업에서는 비교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며, 정부에서도 이 같은 평가를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이 ‘세계 최대의 해킹 대상국’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보면 한국이 지금까지 ‘IT강국’이라고 자부해온 것이 정말일까라는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된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제적으로 39%에 해당하는 해킹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해킹 대상도 일반 중고교·대학 등 교육기관은 물론 상업성을 추구하는 전문 인터넷기업과 국내 최고 수준의 해커 침입방지 방화벽이 설치된 공공기관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더욱 더 충격적이다.
심지어 해킹 당사자가 해킹을 당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한국이 ‘IT강국’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IT 분야에 정통한 주변사람들은 국내에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가 얼마나 있고 그런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제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푸념하곤 한다. 물론 3000만명의 휴대폰 가입자나 800만가구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가입자들이 새로운 마케팅과 제조를 위한 내수 기반에 큰 도움이 되고 이를 응용해 해외 수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자원임에는 틀림없다. 또 해킹 건수가 많다는 것도 그만큼 사용자와 IT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3000만명, 800가구의 가입자라는 수치문제가 아니라 풍부한 리소스를 유익하게 활용해 국가 이익에 활용할 수 있는가, 그 많은 사람 중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생각이다.
가입자나 사용자가 아무리 많아도 남의 기술과 남의 제품으로 자국민끼리 IT강국이라고 자부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해 모 고스톱 사이트 가입자가 수백만명에 육박하고, TV에서 연일 스타크래프트(그것도 4∼5년이나 지난 게임을) 대결 프로를 방영한다고 해서 IT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백만, 수천만의 IT 사용자가 있는 한국이 세계에 내놓아도 통할만큼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몇 개나 개발했는지 냉철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박경식 경기도 고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