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석 외국기업협회장 (y-sohn@ti.com)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도 너무 혼란에 빠질 때가 많다. 한편에선 우리나라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허브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법석이고 또 다른 한편에선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이 너무 나빠 앞다퉈 아이들을 해외유학 보내고 있다.
정부의 통계를 보니 현재 3만여명의 학생들이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매년 5조원 이상의 돈이 쓰여지고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국가적인 낭비인가. 얼마 전 주한 외국기업 CEO들의 모임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을 해외유학 보내지 않은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전자공학에 비교하면 각종 시설이나 제도·환경 등은 HW이고 그것을 운용하는 SW는 사람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각종 시설이나 환경은 새로 만들면 되고 제도도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하면 되지만 인력 문제는 외국에서 사올 수도 없고 단기간 안에 해결할 수도 없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연 환경이 열악하고 작은 나라가 글로벌 시대에 성공적으로 살아 남기 위해선 고급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평준화 교육으로는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내기 어렵다. 한 사람의 스타 CEO가 수천 수만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시대에 평준화 교육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둔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그리고 빨리 세계 최고의 인재로 육성하느냐에 노력해야 하는데 이에 역행한다면 5∼10년 뒤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따라서 현재와 같은 평준화 교육을 하루빨리 지양하고 단기적으로는 영재교육을 활성화시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장기적으로는 능력에 따른 차별화, 전문화된 교육을 활성화시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대학 역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매년 60만명 안팎의 대졸인력이 쏟아져 나오는데, 바로 기업에 활용될 수 있는 인재는 별로 없다. 신입사원을 기업에서 활용 가능토록 교육하는 데는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해외 유수 대학들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얼마나 많은 우리의 대학들이 살아남을지 걱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기업과 대학간의 친밀한 산학 협조가 절실하다.
기업은 연구 프로젝트 등에 대학생들을 동참시켜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되는 교육비를 비롯한 제반요소들의 부담을 덜고, 대학은 사회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이공계 인재를 키우는 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이공계 인력공급의 위기와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원생·연구원의 56%가 비이공계 전환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IT 등의 지식기반산업 분야에서는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류대 이공계 학생 중 36%가 각종 고시에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으며, 제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는 한국이 47개국 중 30번째로 고급인력 유출이 많은 나라로 지적됐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도 교육이 경쟁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를 대비한 투자, 그것은 바로 교육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과 기업·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으로 미래의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 갈 우수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교육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교육의 투자는 바로 기업경쟁력의 투자이며, 나아가 향후 국가경쟁력에 대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