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질적인 외산 선호 현상

 

 ‘국내 선발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의 고질적인 외산장비 선호 현상이 자칫 국산 PCB장비 성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왕룽지 총서기 등 중국인쇄회로산업협회(CPCA) 관계자 30여명이 LG전자 청주 공장을 최근 방문, PCB 생산라인을 견학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 PCB업계 빅3중 하나인 LG의 생산라인에는 외산장비 일색일 뿐, 그들을 초청한 한국 장비업체의 국산장비들은 눈을 씻고 봐도 구경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CPCA 일행 중 한 사람이 ‘한국기업도 써주지도 않는 장비를 수출할 수 있느냐’며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당혹스러운 것은 이들을 초청한 PCB장비업체 관계자들이었다. 한 관계자는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몇 년간 해외 전시회에 틈틈이 참가, 한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강조해온 장비업체들로선 만리장성을 넘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PCB업체들의 뿌리깊은 외산 선호도를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적인 PCB제조업체인 난야의 크리스 창은 “대만은 장비가격이 저렴해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AS가 간편해 대만산 장비를 선호한다”며 한국 PCB업계의 외산 선호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으로 꼽히도 했다.

 대만 PCB장비업체들이 한국보다 기술력에 앞설 수 있었던 근본 배경에는 대만 PCB제조업체들이 자국산 장비를 적극 구매, 장비기술 개발 열기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란 사실은 더이상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선발 PCB업체들은 국산장비 가격이 외산대비 30∼40%가량 저렴하고 성능은 물론 신속한 AS가 보장됨에도 외산에만 의존하고 있다. 업계는 80∼90% 정도가 외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경쟁국 PCB산업의 힘만 키워주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PCB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 선발업체들의 이같은 맹목적인 외산 선호 현상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이번처럼 외국 PCB업체를 초청해 장비업체들의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되풀이 되고선 PCB산업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전후방 산업이 함께 발전해야 우리나라 PCB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업계 모두가 알았으면 싶다.

  <산업기술부·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