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키텍처(IA) 서버 진영의 양대산맥인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하이엔드 시장 공략을 위해 추진해온 전략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IA 서버가 유닉스의 아성인 중대형 시스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이미 고성능 서버용 CPU인 제온과 아이테니엄을 선보였다. 유닉스 전용 칩들에 비해 성능이 결코 뒤지지 않는 64비트 칩인 ‘매킨리’를 이르면 7월께 선보임으로써 고성능 IA 칩 전략을 완성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IA 64칩에 최적화된 차세대 윈도 운용체계인 ‘윈도즈 닷넷’ RC1(시험판)버전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의 기반 솔루션인 DBMS 분야에서 인텔 64비트 CPU 환경을 지원할 ‘SQL 서버 2000 64비트’를 개발 중이며 윈도즈 닷넷 출시 1개월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IA 서버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의 본토에 해당하는 중대형 이상의 하이엔드 시스템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2가지 악조건(CPU와 운용체계 성능의 미비)이 모두 해소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자 외국의 메이저 서버업체들은 경쟁적으로 IA 서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제외한 모든 메이저 시스템업체들이 IA 서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HP·컴팩코리아·LGIBM 등이 이달 들어 IA 서버 전략을 공표하는 대규모 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국산 서버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특히 IA 서버로 하이엔드 분야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업체는 없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당분간 중소형 시스템 분야에 집중하다가 하반기 이후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하이엔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겠다는 계획이다.
IA 서버가 시스템 기술과 시장에 ‘개방형’이라는 엄청난 파장과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임에도 국산 서버업체들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유닉스는 개별 제조사별로 고유의 CPU와 운용체계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국산 서버업체들의 기반기술 확보와 시스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IA 서버의 경우 CPU와 운용체계 등이 따로 제공된다. 마치 PC를 조립하듯 CPU와 운용체계를 라이선스받아 각사 고유의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면 고성능 하이엔드 시스템까지 만들어 팔 수 있다.
대부분의 국산 서버시스템업체들이 ‘화이트 박스’라고 불리는 조립서버사업을 벌이다가 지난해 IT 경기침체로 가격경쟁력을 잃고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성능 IA 서버는 사면초가에 처한 국산 서버업체들에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로드맵과 시장 상황을 감안, IA 서버 시장은 올해 3분기 이후나 내년 초부터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란 분석이고 보면 지금부터라도 이 시장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최소한 그동안 유닉스 시스템 중심의 정책에서 탈피해 최소한 ‘반IA’ 전선을 결성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데 정보통신부와 ETRI가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멀티미디어 서버가 IA 64비트 시스템과 경쟁관계를 이루는 양상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엔터프라이즈부 이창희차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