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美 생명공학업계 `두뇌` 유치 경쟁

스탠퍼드 의과대학 연구소의 케이트 루빈스는 파자마같은 헐렁한 면바지 차림으로 연구실에 출근한다. 그는 “앞으로 사회에 나가 나일론 스타킹에 하이힐을 요구하는 사장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며 복장을 규제하려드는 회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생명공학업체에 최근 가장 인기있는 채용 후보 1순위감은 다름아닌 루빈스같은 사람이다. 앞으로 생명공학업체 성공의 잣대는 그녀같은 유능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우수한 인재가 곧바로 우수 의약품과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까닭에 생명공학업체간 인재확보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루빈스는 스탠퍼드 의과대학 연구소에서 ‘유전자칩 교배’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그녀 이외에 많은 연구원이 장시간의 연구 작업에 편한 파자마나 스웨터를 입고 밤 늦게까지 일에 몰두한다. 생명공학업체 입장에서 그처럼 대학을 갓 졸업한 ‘신예’는 대박의 확률을 높이는 최고 인재로 이런 인재를 많이 유치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류 대학 교육을 받은 인재들은 생명공학업체 취업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대학 관계자들은 생명공학을 전공한 엘리트 학생이 첫번째로 선호하는 직업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교수직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생명공학업체는 엘리트 학생의 창의성을 제품개발로 연결시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UC버클리 유전자학 교수인 데이비드 드루빈 박사는 “이전에는 대학 졸업자들이 생명공학업체에 취업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루빈스도 “그들은 돈이나 이익에 끌리지 않는다”며 “많은 기업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반영, 기업체 취업을 무조건 기피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 생명공학업체가 우수 인재들에게 채용조건으로 제공하는 급여와 스톡옵션 등 각종 혜택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 아니라 생명공학업체가 우수 인재를 영입할 ‘분위기’ 조성에 힘쓴 때문이다. 대학 교육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기업체 수요가 급증한 유전자학과 생명공학 분야 박사학위와 박사후 과정에 맞게 바뀐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응해 기업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UC샌프란시스코의 빌 린드스태드 직업센터 소장은 “생명공학업체 채용 책임자들은 먼저 우수 대학 졸업생이 가장 싫어하고 또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이다”고 잘라말했다. UCSF의 박사후과정 연구원인 리치 프라이스가 일하는 연구동에 밤늦게까지 불빛이 환하게 켜져있는 것은 생명의 신비를 캐려는 과학자들의 연구 열의가 식지 않기 때문이다.







 효소가 유방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중인 프라이스 연구원은 “연구소에서는 흥미있는 실험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며 “생명공학업체 취직을 고려중이나 연구의 매력이 없어질까 두렵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에 들어가면 팔리는 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첫번째 연구목표가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프라이스와 루빈스 같은 젊은 과학자들은 대학처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단절된 기업체의 판에 박힌 분위기가 질색이다. 나아가 기업체에서는 자신의 연구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사의 지적재산권 문제와 겹쳐 연구성과를 함부로 과학잡지에 발표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면 학계 복귀가 영영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과학자문기구가 이달 초 9200명의 생명공학 전문가들을 온라인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 3분의 2가 대형 제약회사 근무를 기피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 연구과제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재량권이 없고 경직된 기업문화라고 꼽았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