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빈 ETRI 가상현실연구부장 hbkim@etri.re.kr
최근 온라인게임산업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고속성장해 산업의 틀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은 과거 수십년간의 한국 게임사에 비춰 볼 때 분명 큰 획을 긋는 사건임에 분명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은 어떤 실무자의 말처럼 개인이나 회사가 ‘게임’을 만든다는 사실을 ‘창피해서 말을 하지 못했다’라고 하며 숨겼을 만큼 열악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 후 음지에만 머물러 있던 게임산업이 본격적인 상품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게임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한 온라인게임산업의 발전이 있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게임산업의 시장규모, 개발업체 수 등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외적 규모의 성장은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으나 진정한 의미에서 ‘과연 온라인게임 강국의 입지를 다지고 지속할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히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즉 온라인게임 강국임을 자만하기보다는 현 시점의 여러 외적 여건을 수렴, 진정한 강자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2001년 발간된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게임업계는 핵심기술의 부재와 전문인력의 절대부족, 마케팅력의 부족, 빠른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점 등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는 당면한 문제점을 공감하는 업체와 관련 정부부처가 생존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는 향후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정보통신부와 온라인게임산업의 선도기업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단체로 지난 3월 28일 출범식을 가졌으며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이를 지켜보는 언론이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러한 활동이 ‘정부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춰지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의 산업을 태동시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과도기적 혼란은 물론 성장에 따른 진통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본다.
오히려 이같은 관련부처의 열성적 관심과 경쟁적 지원책이 게임산업의 면모를 짧은 기간에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과 인력양성 등 다양한 측면의 영양분을 성장기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는 정부기관이 업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가상현실연구부에서는 게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온라인게임의 핵심기술인 온라인게임엔진을 개발중이다. 공동연구업체들과 협력해 2003년 2월 개발 완료를 목표로 엔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게임엔진이 완성된 후 보급된다면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은 크게 높아지고, 아울러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와 마찬가지로 이 게임엔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우려의 시선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의 개발은 전시용이 아니라 업체에 직접 적용되어 효과를 얻어야 하는 것이므로, 엔진에 대한 외부의 여러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엔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 할수록 이를 반영한 완성도 높은 게임엔진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제품이 나왔을 때 당당하게 평가받을 것이다.
정통부와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도 추후 계속적으로 게임강국으로의 비상을 위해서는 관련 정부부처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고, 아울러 여러 업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세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