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억 (주)엠엠씨테크놀로지 대표이사) sehong@mmctech.com
‘PC인가, TV인가.’
지금은 사라진 디지털 홈의 중심기기를 놓고 가전업체와 PC업체가 한동안 뜨거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향후 도래할 가정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메이커의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면서 벌어진 논쟁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PC나 TV 같은 제품 위주의 접근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 측면에서의 접근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가전·컴퓨터 및 통신장비 회사뿐만 아니라 통신 사업자 및 콘텐츠 사업자를 포함하는 IT산업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과거의 정보화 개념에서 한층 진보된 형태로 나타나며 산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홈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 21세기초 최대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홈이 기존 IT산업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은 이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일례로 가정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지만 사무실은 다르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엔터테인먼트·통신 및 홈 오토메이션에 대한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디지털 홈을 위한 플랫폼의 개발 전략은 홈의 환경을 고려한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여러가지 요소 가운데 플랫폼 개발에 앞서 존재하는 ‘숨겨진 비용’이 홈 시스템 구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숨겨진 비용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왜 나에게 홈 시스템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해’ 비용이 있다.
소비자는 기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구입한다는 이해에 대한 비용인 것이다. 또 다른 숨겨진 비용에는 ‘설치’ 비용, ‘유지보수’ 비용 그리고 ‘편의성’에 대한 비용이 있다. 홈 시스템 활성화의 관건은 위의 네가지 숨겨진 비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홈 시대에 적합한 방향은 지금까지 IT산업에서 접근한 방식과는 다른 방식인 가전, 컴퓨터 및 네트워크 산업에서 요구되었던 요소 가운데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소가 기술적인 면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점으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가전제품의 편리한 조작성과 컴퓨터의 유연성, IP와 같은 표준들이 종합된 형태로 제품이 제공돼야 디지털 홈 구현이 앞당겨지리라 생각된다.
디지털 홈은 과거 100년간을 주도해 온 음성통신에서 향후를 지배하게 될 IP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출발점으로 여길 수 있으며 과거 기간망 중심의 산업에서 그 중심이 가정 내에 필요한 지능을 갖는 장비 및 그 장비가 제공하는 서비스 산업 위주로 산업의 축이 움직이는 추세로 볼 수 있다.
다행히 이 분야는 국내 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가입자망의 고도화, 이를 위한 지능형 단말기의 개발 및 서비스의 고도화가 각 분야에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가전 기술과 통신 및 콘텐츠 기술의 결합에 의한 경쟁력 확보를 통한 ‘품질과 편의성’이 있는 서비스 제공이 2∼3년 뒤에 실질적으로 도래할 디지털 홈 시대를 맞이하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과거 음성통신 시대에 시장 진입에 늦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국내 업체로서는 IP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시대에는 가전, 컴퓨터 및 통신의 결합인 디지털 홈 시대에 확실히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홈 시장이 갖는 의미는 사회적으로나 기술적인 면에서 모두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정보사회의 모습은 가정의 정보화 없이는 이야기될 수 없으며 기술적으로 본다면 속성이 확연히 다른 콘텐츠들의 융합이라는 것이 홈 시스템에 현재까지 개발돼 온 기술들이 통합되는 IT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위주로 발전해 온 IT 산업은 디지털 홈에서 결실을 맺으며 향후 이러한 성과가 비즈니스 영역의 시스템으로 확산돼 진정한 의미의 정보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 IT가 인간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편리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홈 시스템을 구현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