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얽힌 실타래가 풀리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하이닉스반도체가 우리 경제, 나아가 반도체산업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국민적인 관심사이며 행보 결과에 따라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메모리부문 매각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날 결정으로 지난 4개월여 동안 추진돼 온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매각협상도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이사회는 이날 메모리부문을 매각하고 남는 잔존법인의 생존방안을 담은 채권단의 재무구조 개선안 승인도 거부했다. 이사회는 “회사가 처한 여러가지 상황과 문제점, 그리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검토한 결과, 메모리사업 매각이 그 자체로는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반도체시장의 여건 호전, 신기술 개발을 통한 사업경쟁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독자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으로 하이닉스는 강도높은 독자생존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 매각과 관련해 그동안 매각불가피론과 독자생존론이 팽팽히 맞서 왔다. 특히 하이닉스 매각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산업의 덕택”이라며 “하이닉스 문제는 정치·금융 논리로 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닉스가 팔리면 국내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R&D)부문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반도체·장비·재료 등 관련산업이 모두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굴욕적이고 실속없는 매각조건 등으로 헐값 매각 시비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매각불가피론자들은 메모리 가격이 급상승해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도 하이닉스의 생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입장이었다. 비록 반도체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 엄청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해도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에서 나오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조∼3조원의 추가 투자비 부담도 난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매각안 부결로 당장 예상되는 문제는 바로 유동성 확보와 부채탕감, 신규지원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생존을 추진할 경우 과도한 부채 및 전환사채 물량 부담으로 투자유치와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이닉스는 자체적으로는 비메모리사업에 외자를 유치하는 등 자구노력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이미 제시했다고 한다. 만약 하이닉스가 이런 자구안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사태가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우리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고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것이다.
현재로서는 하이닉스의 미래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우선 하이닉스반도체는 독자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지난주 채권단에 제출한 ‘독자생존 보고서’에서 채권단이 2조원의 부채만 탕감해주거나 출자전환해주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자면 채권단의 지원이 절대 필요하다. 만약 채권단의 지원이 없다면 법정관리나 청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비메모리 분야 국내 업체와의 제휴를 비롯해 메모리부문 분할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용문제를 놓고 노사간의 분열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