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채권단·하이닉스 모두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불안하기만 했던 ‘적과의 동침’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협상이 5개월여간 우여곡절 끝에 불발로 끝났다. 지난 29일 저녁 채권단이 온갖 회유와 압력에 떠밀려 MOU를 가까스로 통과시켰을 때만해도 하이닉스 매각이 그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하이닉스 이사회가 용감(?)하게도 잔존법인의 생존우려와 독자생존 가능성을 내세워 만장일치로 MOU를 부결시켰다. 판단을 강요받았지만 결국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하이닉스 노조와 소액주주들은 이같은 이사회의 결정이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산업인프라 붕괴를 우려해온 업계와 교수, 학생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채권단은 부결 소식에 당황해하며 하이닉스에 “신규 자금은 절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고 ‘법정관리’ ‘청산’을 운운하고 있다.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도 ‘시장논리대로 갈 것’이라며 전방위 압력을 다시 표명하고 나섰다.

 결국 앞으로는 그동안의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우리끼리의 진흙탕 아귀다툼이 시작될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 채권단이나 정부, 하이닉스 모두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하이닉스는 더이상 시간을 끌어가며 해외에 매각할 사안도 아니고 사갈 상대도 없다. 하반기 시장회복을 대비해 빨리 독자생존시키든지 아니면 청산을 시키든지 양단간의 결단을 신속히 내려야 할 때다.

 채권단이 예전처럼 채권 회수율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정부 눈치나 보며, 이리저리 끌려다닐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어차피 채권회수를 포기하고 매각하려 했다면 추가지원을 하든지 부채를 조정하든지 가부의 결정을 빨리 내리는게 좋다.

 하이닉스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투자 실기(失期)와 잔존법인 회생을 놓고 고민하고 직장을 떠나면서도 독자생존을 하겠다는 초심의 의지를 갖고 피나는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채권단이 또 지원해주겠지 하는 바람은 더이상 있을 수 없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다시 뛰고 있다. 후발업체들을 죽이기 위해 덤핑공세에 나섰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인피니온과 대만업체들도 경쟁력을 회복했다. 채권단과 하이닉스, 이제는 철저히 자신을 분석하고 밖을 쳐다봐야할 때다.

 <산업기술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