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가전 업계에 ‘반 마이크로소프트(MS)’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http://www.wsj.com)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소니와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소프트웨어 업체 리얼네트웍스가 제휴를 맺고 휴대형 오디오·게임기·셋톱박스 등 가정용 음성·동영상(AV)기기의 네트워크화를 추진키로 했다. 두 회사는 특히 가전제품들을 IP(Internet Protocol) 기반에서 운영되도록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제휴 후 두 회사는 소니는 자사 휴대형 오디오 기기 및 게임기에 리얼네트웍스의 인터넷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고 리얼은 자사 소프트웨어에 소니의 압축기술인 ‘ATRAC3’ 및 불법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장기적으로 공동의 연구·개발(R&D)팀을 구성해 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7월 디지털 콘텐츠 전송 부문에서 제휴를 맺은 바 있는 소니와 리얼네트웍스 두 회사는 이번 제휴를 견고히 하기 위해 소니가 리얼네트웍스의 주식 1%(1100만달러 상당)를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나머지 자세한 계약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다.
두 회사의 제휴는 게임기·휴대단말기 등 비PC 부문으로 발을 넓혀가는 MS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보가전 업계에서는 “반MS 구도가 실체를 드러내게 됐다”면서 “디지털 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전 부문에서 소니-리얼-AOL타임워너를 연결하는 3두체제가 완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스트래티지스의 애널리스트 폰더 하르는 “리얼네트웍스가 MS의 주요 경쟁업체와 거의 협력관계를 맺게 됐다”면서 “이번 제휴로 반MS 움직임의 축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MS 움직임은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MS와의 대결을 의식한 제휴라는 지적에 대해 리얼의 로브 글레이저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가전시장 전망을 보고 추진한 것”이라면서 “공통의 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통의 적이 폭넓은 R&D를 추진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리얼은 불공정 관행 혐의로 MS를 제소하는 등 인터넷 미디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와 경쟁 중이며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기시장에서 MS의 X박스와 경합중이다. 또 AOL타임워너는 인터넷 시장에서 MS와 대결하고 있다.
이밖에 리얼은 휴대단말기 운용체계(OS) 시장에서 MS와 경쟁을 선언한 노키아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