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HP 공동창업주 아들인 월터 휴렛이 컴팩과의 합병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난 3월말 제출한 소송을 기각한 데 이어 휴렛이 대법원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HP-컴팩 합병에 대한 법정 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됐다. 양사 합병의 최종 걸림돌이었던 법적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오는 7일 연매출 874억달러의 통합(새) HP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HP 등은 7일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 새HP를 결성하겠다고 말해 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델라웨어 법원의 윌리엄 캔들러 판사는 “지난 3월 19일 있은 HP주주들의 투표에 대해 원고측이 제출한 증거가 이의 부당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캔들러 판사는 44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HP측이 합병에 따른 이득을 과대 포장하고 장밋빛 재정 전망을 내놓았다는 원고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이뿐 아니라 HP가 합병 지지를 위해 도이체방크에 부당한 협박을 가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원고측이 지난 3일간의 심리에서 이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캔들러 판사는 또 그동안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칼리 피오리나 HP 최고경영자의 음성메일에 대해서도 “도이체방크의 합병 지지를 설득하기 위한 부당행위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미약하다”고 판시했다. 판결이 나온 후 휴렛은 애초 “매우 실망했다. 판결문을 자세히 검토한 후 다음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의 수시간후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대법원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백기를 들었다. 그는 “뿐만 아니라 IVS의 검표 결과에도 재검을 요구하지 않는 등 이를 인정하겠다”고 밝히며 컴팩과의 합병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HP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지 못해 15년간 유지해온 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휴렛은 “여전히 컴팩과의 합병이 HP에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항소 포기 결정 바로 직전 휴렛은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비록 최근 이사에서 제외됐지만 나와 HP와의 관계는 끝난 것이 아니며 윌리엄플로라 휴렛 재단의 대표로서, 또 윌리엄R휴렛 레보커블트러스트의 위탁인으로서 HP와 계속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