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주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yj52@smba.go.kr
예전에 런던에서 근무하면서 늘 부러웠던 것이 있다. 살던 마을 전체가 서울에서와는 달리 마치 숲 속에 묻혀있는 것처럼 보였던 점이다. 특히 휴일에 찾곤 했던 동네 주변의 공원은 여의도보다 큰 면적에 숲이 울창한 곳이었다. 그 아름다운 숲도 속에 들어가 나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볼품 없고 시들어 가는 것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숲 관리인들이 병든 나무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나 죽은 나무를 새로운 나무로 바꿔 심는 광경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조성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별한 정성과 노력이 더해져서 가꾸어진 그 공원의 숲은 전체적으로 볼 때 늘 푸름을 지니고 주변 환경의 정화는 물론 주민들에게 삶의 여유를 제공하는 소중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경제의 화두 중 하나인 ‘벤처’도 그 공원의 숲에 비유해 생각해 보고 싶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숨가쁜 성장을 해오던 우리 경제가 IMF 외환위기를 맞아 사회 전반이 엄청난 절망과 좌절에 휩싸일 때, 우리는 경제 활력을 다시 되찾아갈 용기와 희망을 주는 ‘벤처’라는 꿈나무를 심어왔다.
그 결과 이제 혁신(Innovation)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상징되는 벤처기업은 그 수도 1만1000개를 넘어설 뿐 아니라, 경영성과 면에서 대기업 등 다른 기업 군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새로운 수출기업군으로 부상,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중기청이 위치한 대전지역에도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벤처기업들이 활발하게 창업·성장해 나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 지자체,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기업유치, 투자, 전략적 제휴 등을 위해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과 4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에 벤처기업들이 압축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불미스러운 일들이 야기됨으로써 벤처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는 몇 그루의 나무를 보고 숲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기보다는 숲 전체를 보고 이를 잘 가꾸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4년 간 추진해 온 벤처육성시책은 우리 경제구조 속에 벤처생태계라는 새로운 하부 구조를 생성시켜 왔다.
그동안 벤처기업인들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은 젊은 세대에게 꿈과 도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활력을 제공해 왔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는 사업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발전은 우리 기업의 융자중심 자금조달 관행을 투자 중심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벤처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지속시킬 희망이다. 지식기반 경제시대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산업구조의 발전적 개편을 주도해 나갈 구심체로서 ‘혁신능력’과 ‘기술력’을 제대로 갖춘 벤처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든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앞으로 창업에서부터 캐피털, 투자회수시장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벤처시장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확충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세계수준의 유망 벤처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기술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의 해외진출(globalization)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지 않는가. 일부 벤처비리로 인한 실망과 자책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현명함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갖고 활기찬 경제라는 큰 숲을 만들어갈 희망의 꿈나무인 ‘벤처’의 미래를 가꾸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