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통기업의 깨달음

 “카탈로그를 만드는 것만으로 기업이나 제품의 홍보가 된다는 환상은 버린 지 오랩니다.”

 “카탈로그를 통한 제품소개는 무역알선사이트 등이 이미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홍보 그 이상의 효과를 바랍니다.”

 최근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제품 e카탈로그 구축 설명회에 참석했던 전자업계 해외영업 담당자들의 말이다.

 전통기업의 e전이가 개화기를 맞았던 2년전만 해도 전자업계는 생소한 e비즈니스에 맹목적인 참여를 강요당했다. 물론 전통기업 스스로도 e비즈니스가 체질개선과 경쟁력 향상의 수단이라는 기대에 젖었다. 마침내 전자업계의 숙원사업인 60만건에 달하는 전자부품 표준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됐고 e마켓플레이스에 의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데이터베이스가 전자업계의 수출활성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현재 전자업종 B2B e마켓들의 거래현황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제아무리 표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도 정작 그것을 이용하는 기업이 없으면 전자상거래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전자업계로서는 기존 카탈로그에 대한 바이어들의 냉랭한 반응 속에서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과 실거래 창출간의 함수관계를 재삼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됐다.

 진흥회가 이번에 새로 추진하는 e카탈로그 구축사업은 지난 부품 e카탈로그 구축에서 톡톡히 경험했던 실패를 거울삼을 작정이다. 단순히 콘텐츠만 쌓아놓았던 부품 카탈로그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품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자세히 소개할 계획이다. 또 3차원 그래픽을 도입, 실물감을 들게 할 생각이다. 전시만이 아닌, 실제 거래를 창출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제품 카탈로그를 구축한다고 하면 업체들의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냉정하고 침착한 업계 반응에서 그간 맹목적이던 전통기업의 변화를 느꼈습니다”고 말했다.

 “전통기업들은 B2B e비즈니스를 통해 홍보와 마케팅 활동까지도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단순히 필요하니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진 지 오랩니다.” 전통기업들이 e비즈니스의 허와 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