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이지씨앤씨 대표 kimyh@egc.co.kr>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가구의 37.3%가 인터넷과 연결돼 있고 초고속망 보급률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질적으로 고도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게 된 데는 여러 가지 배경과 계기,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한편에서는 경쟁국들과의 비교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실이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당시의 대표적 통신수단이던 구리 전화선을 한발 뛰어넘은 종합정보통신망, 즉 ISDN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고도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본이 채 ISDN 투자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한국은 ISDN을 건너뛰다시피 하고 ADSL과 케이블모뎀망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상황은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입장이 바뀌어 현재 일본에서 VDSL과 FTTH가 네트워크 구축 및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ADSL과 케이블모뎀 사업자 간의 경쟁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국 오늘날 세계적인 인터넷 선진국 한국의 위상은 전국적인 초고속 인프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즉 경쟁국이 질적으로 앞선 VDSL이나 FTTH 등 광통신망을 기본 인프라로 구축하게 되면 우리의 경쟁우위는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우리는 다시 IT를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중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과거 일본의 예에서처럼 정부가 아무리 네트워크 인프라의 고도화를 강조해도 그동안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 기업이 그에 대한 비용 회수도 없이 새로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리는 만무하다는 점이다.
결국 인프라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은 1차적으로 민간 ISP들의 몫이지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부가가치는 단순히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자체를 결정짓게 된다는 점에서 인터넷 네트워크 인프라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정부의 책임 아래 민관을 아우른 국가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고도 절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