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NGN 시대 개막

 ◆이상일 KT 통신망연구소 NGN연구팀장

 

 정보통신 기술은 혁신적이고도 거대한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 변화는 4반세기 전의 네트워크 디지털화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고도화된 단일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 멀티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것이 NGN(Next Generation Network)이다.

 NGN은 네트워크 역사에서 그 기반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수 있는 두번째 패러다임 변화에 해당된다. 첫번째 변화는 디지털화였고 NGN구축으로 대변되는 두번째 변화는 서킷 기반 네트워크를 패킷 네트워크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60년대 시작된 네트워크 디지털화는 70∼80년대에 성숙단계에 진입했다. 초기 디지털화는 대도시 지역의 트래픽 급증으로 지하에 매설된 케이블의 고갈상태가 심화되자, 케이블 증배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전송분야에 디지털화 비율이 높아지자 전송과 교환기능 사이의 효율적인 정합을 위해 교환분야로 확산된 것이다.

 이후 미디어의 종류에 관계없이 비트로 부호화할 수 있는 ‘표현의 통일성’을 활용하여 모든 서비스를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으로 통합하기 위해 ISDN과 ATM 등의 기술 상용화가 시도됐다. 그러나 영상정보 등 모든 서비스의 완전 통합에는 이르지 못했다.

 NGN은 전달 네트워크의 패킷화 외에 서비스와 전달기능이 뚜렷하게 분리되며, 분리된 기능이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호 연계되는 등 기존 네트워크의 틀을 허물어뜨리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로 인해 트래픽을 전달하는 네트워크 진화와 서비스의 발달이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융통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NGN은 패킷 네트워크 고유의 효율성과 단일 네트워크로의 통합 등에 따라 투자비와 운용비 등 엄청난 비용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동시에 융통성있는 서비스 생성 구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신속하고 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구축범위의 확산과 수익성 있는 새로운 서비스 활성화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이익창출까지는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네트워크 디지털화 추진과정에서 경험한 것처럼 NGN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기까지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축초기에 다음과 같은 두가지 현안을 잘 해결해야만 전환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우선 지난 100여년 동안 형성되어 온 텔레포니 음성서비스와 운용관리 기능들을 NGN환경으로 원활하게 옮겨와 기존 서비스 제공기반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기간통신 사업자들은 대부분의 수입을 텔레포니 음성서비스로 얻고 있다. 고객들도 전화망에서 제공되는 이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고 품질면에서도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은 기존 서비스와 기능을 NGN에서 구현하더라도 당장은 서비스의 개선이나 수입의 증가가 없으므로 이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초기 NGN사업의 안정화에 필수사항일 뿐이다.

 둘째는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는 혁신적인 응용 서비스를 조기에 발굴하여 NGN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편리하고 차별화된 응용서비스가 제공되면 고객들이 NGN서비스를 점차 많이 이용하게 되고 통신사업자들은 이용료 수익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여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NGN이 전국으로 확장되어 나갈수록 NGN의 장점들이 부각되고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미 NGN 시대는 우리 바로 앞에 다가와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들과 IT업계는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정보강국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서 NGN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