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단일 IT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인 130억파운드(약 26조원) 규모의 국립의료체계(NHS) IT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가디언은 영국 노동당 정부가 향후 6년간 총 400억파운드의 자금을 투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할 예정인 NHS의 현대화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체 투자자금의 약 3분의 1을 의료기관의 IT시스템 구축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NHS에 소속된 전국의 의료기관들을 새로운 e진료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여기에 종사하고 있는 100만 의료인력을 선진 IT지식으로 무장시킴으로써 기존의 NHS 운영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영국정부의 구상이라는 보도다.
이런 정부의 결정에 따라 현재 NHS 관련 기관들을 중심으로 ‘국립의료 IT시스템 구축방안’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안은 오는 5월 말 토니 블레어 수상에게 보고된 후 내년 4월 1일부터 그 실행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NHS 정보당국(NHSIA) 책임자 그윈 토머스는 “e진료시스템은 도로, 철도, 전기, 에너지 공급과 같은 사회의 주요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해, 영국정부가 이번 의료 IT 계획안 작성에 임하는 자세와 기대를 실감케 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의료IT화 계획은 병원예약에서부터 진찰, 검사, 처방전 발급, 약품수령 등 환자의 진료행위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전자화해 누구나 가정에서도 쉽고 편리하게 그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예를 들어 환자들로 하여금 인터넷을 통해 병원이 보유한 자기의 병력을 검색할 수 있게 하고 또 NHS가 제공하는 각종 질병정보를 통해 자기 증상에 스스로 조기 대처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는 것이다. 의사진찰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에는 병원예약을 온라인화 해 환자 스스로가 자기에게 맞는 병원과 의사, 시간을 정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또한 병원간 각종 검사양식이나 처방전 기록양식 등 일체의 진료행위를 표준화·온라인화함으로써 진찰에서 검사, 처방에 이르는 진료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 역시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4가지의 구체적 실행안이 마련하고 있다. 우선 영국내 모든 의료기관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해 종합 관리하는 e인프라 구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병원의 모든 기록을 표준화·전자화해 온라인으로 이용 가능하게끔 만드는e기록화 방안, 환자와 약사로 하여금 의사의 처방전을 온라인 상에서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e처방전 방안, 모든 병원 예약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e예약 방안 등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의료 IT화 구상이 계획대로 실현될 경우 대다수 영국인들에게는 꿈만 같은 소식이 될 전망이다. 현재 NHS를 통해 수술을 한번 받으려면 짧게는6개월, 길게는1년6개월을 기다려야 해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한마디로 영국인들의 NHS에 대한 불신감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들의 불신을 토대로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 정부는 NHS 개혁을 제일의 국가과제로 내세웠고, 그 성패여부에 정권의 신임을 묻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 정부가 재집권을 위해서라도 이번 의료 IT화 계획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NHS는 이제까지 그 어떤 영국정부도 제대로 개혁에 성공해보지 못한 괴물 같은 존재다. 현 노동당 정부가 지난 98년 이후 수차에 걸쳐 실시해온 NHS의 IT관련 프로젝트 또한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고있다. 이번에 영국정부가 온 힘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NHS의 IT화 계획이 과연 정부의 의지나 국민의 바람만큼이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