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걸친 NTT분할 및 재편작업이 5월 NTT로부터 100개 자회사가 신설돼 독립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번 NTT 재편작업은 명목상 ‘각 지역에 밀착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NTT동·서일본에서 지역별, 사업별로 100개 자회사를 설립, 보다 현지 사정에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NTT동·서일본은 총 14만명의 사원 중 10만명을 자회사로 이동시키는 등 인력 재편을 동시에 실행하게 된다.
◇NTT의 본심=NTT그룹은 이번 재편을 계기로 일반전화 시장 축소와 IP전화의 도전으로 고전하고 있는 그룹내 두 축인 NTT동·서일본의 사업 합리화를 꾀하는 한편, 잉여인력을 자회사로 이동시켜 사실상 인력 삭감을 통한 인건비 축소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번 자회사 설립에 따라 NTT동일본의 본사는 4만6000명에서 2만3000명으로, NTT서일본은 4만9000명에서 1만6500명으로 조직이 슬림화돼 광섬유망 등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회사로 이동하는 직원의 경우 일단 퇴직의 형태를 취한 후 다시 15∼30% 정도 삭감된 임금으로 재취업하게 돼 NTT측으로서는 사실상 인력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NTT측은 이번 조치로 올해 1300억엔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했지만 변화는 없다=이번 NTT 재편은 인건비 삭감 등 일정정도의 구조조정 효과를 바라볼 수 있지만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통한 NTT동·서일본의 사업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설되는 자회사는 대부분 NTT동·서일본내 지역별 부서가 회사법인으로 승격한 데 불과하며 100개 자회사 중 이번달에 기존 업무 이외에 새로운 사업을 개시하는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신설 자회사 직원의 56%가 51세 이상을 차지하는 등 타사의 기업내 벤처 육성 정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10년에 걸친 NTT의 세분화=현 NTT의 전신에 해당하는 덴덴공사는 79년 최대 규모일 당시 한 개의 자회사도 갖지 않은 단일기업으로 직원수 32만8700만명에 달하는 문자그대로 ‘공룡기업’이었다. 당시 국영 독점기업이던 덴덴공사의 주요 수익모델인 일반전화 서비스는 꾸준히 가입자수가 늘어 탄탄대로를 걸었다.
85년에는 민영화를 통해 NTT로 거듭난 후 92년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입자수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일반전화 서비스를 보완해가기 시작했다. 비대한 조직정비 작업도 함께 진행돼 이때 NTT는 139개 자회사를 가진 직원수 24만명의 통신회사로 변신했다.
지난 99년 NTT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NTT가 전면에서 물러나고 대신 NTT동·서일본, NTT도코모, NTT커뮤니케이션스가 각각 사업별 주체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번에 자회사 탄생을 계기로 NTT그룹은 21만명의 직원에 400여 자회사를 가진 기업군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도쿄 = 성호철기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