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CPU업체인 미국 AMD의 새 사령탑에 최근 오른 헥토르 드 헤수스 루이스 CEO(56)는 멕시코의 국경 도시인 피에드라스 네그라스는 물론 실리콘 밸리에서도 결코 도전을 회피한 적이 없다.
그는 거대 경쟁업체인 인텔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AMD의 CEO로 취임하면서 이제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인물로 AMD의 창업자인 제리 샌더스의 빈 자리를 메운다. 루이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연례 AMD 주총에서 AMD 33년 역사상 두번째 CEO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AMD는 실리콘밸리에서 중남미 출신 CEO가 이끄는 몇 안되는 하이테크 업체 중 하나가 됐다. 속도광에다 화려함을 좋아하는 인물로 알려진 샌더스 전 CEO는 CEO자리는 내놓지만 회장 자리는 유지한다.
루이스 신임 CEO는 “샌더스 회장과의 계주에서 한 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샌더스 회장은 바톤을 넘겼어도 팀에 남아 있게 된다”며 “내가 이번 경주의 주자지만 언젠가는 나도 바톤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루이스 CEO는 이 계주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야할 처지다. 그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은 반도체 업계가 회복될 징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연속 적자를 낸 AMD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현재 AMD가 은행에 1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망을 밝게 본다. 루이스 CEO가 주요 반도체 업체를 경영하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모토로라의 반도체 사업부 사장으로 격동의 3년을 보내면서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을 실시해 회사의 많은 이들에게 좋지않은 기억을 심어준 것은 물론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었다. 샌더스 회장이 2년 전 루이스 CEO를 모토로라의 반도체생산 부서에서 빼내와 AMD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할 때부터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어두었던 것은 결코 비밀이 아니었다.
샌더스 회장은 AMD가 자사 반도체에 모토로라의 구리선 기술을 적용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직후 자신이 2002년 물러나면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약속을 하며 루이스에게 COO 자리를 제안했다. 루이스는 결국 2000년 1월부터 AMD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업계의 대부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허치슨 분석가는 “업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누구나 모토로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모든 문제가 루이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분석가들과 직원들은 당시 장난삼아 루이스가 AMD에서 얼마나 버틸지 내기를 하곤 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6∼9개월 정도 버틸 것으로 점쳤었는데, 루이스가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서 아직까지도 AMD에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라우스 분석가는 루이스 신임 CEO가 조심스럽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실리콘밸리에 뿌리를 둔 회사를 이끌고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치슨과 스트라우스 분석가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CEO와 샌더스 회장의 결합을 반겼다. 외향적인 성격의 세일즈 및 마케팅 본부장 출신인 샌더스 회장이 반도체 제조업체의 세밀한 경영을 다룰 누군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허치슨 분석가는 루이스가 인텔의 시장을 잠식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준 애슬론 칩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AMD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10%대 중반에서 20%로 치솟았었다. AMD는 지난 2년간 애슬론 칩의 성공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기록해 매출을 99년 29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9억달러로 늘렸다. AMD는 지난 해의 반도체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황은 좋은 편이다. 모건스탠리의 마크 에델스톤 분석가는 AMD가 은행에 10억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말까지 새 제품군을 출시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MD의 대차대조표가 건실해 경쟁력이 더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루이스 신임 CEO 약력
나이: 56
고향: 1945년 12월 25일 멕시코 피에드라스 네그라스 태생
교육: 텍사스주립대학 전기공학 학사 및 석사, 라이스대학 전기공학 박사
자택: 텍사스주 오스틴, 최근 팰러앨토에서 다른 저택을 샀다.
가족 관계: 29세에 아내를 잃은 뒤 나중에 주디와 재혼. 장성한 자녀 세명 및 손주 세명.
경력: 텍사스인스트루먼츠(1972∼1978)
모토로라(1978∼2000) 제도, 연구개발, 무선호출기, 반도체 담당 AMD(2000∼현재) 최고운영책임자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