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FBI 컴퓨터 수사 연구소 3곳 증설

 미 연방수사국(FBI)이 컴퓨터 이용 범죄 급증에 대응해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캔자스시티,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3개 컴퓨터 수사 연구소를 개설한다. 새로 문을 여는 연구소 중 캔자스 시티 지역에 있는 하트 오브 아메리카 지역 컴퓨터수사 연구소가 연내에 문을 열고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는 내년 중에 각각 지역 컴퓨터 수사 연구소가 개설될 예정이다.

 FBI의 이같은 컴퓨터 수사 연구소 증설 조치는 이미 운영중인 샌디에이고와 댈러스의 지역 컴퓨터 수사 연구소가 컴퓨터 범죄 대응과 수사에 큰 성과를 거둔 게 토대가 됐다.

 하트 오브 아메리카 지역 컴퓨터수사 연구소는 200만달러의 비용을 지원받게 되며 지역, 주, 연방 경찰당국 요원 25명으로 짜여진다. 이들 요원 모두 FBI 훈련을 받게되며 적어도 9개 지역 경찰서가 이 연구소에 요원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하트 오브 아메리카 연구소의 위치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비공개된 상태다.로버트 뮐러 FBI 국장은 최근 이 센터가 1년 안에 개설될 예정이라며 이 연구소가 캔자스와 서부 미조리의 3분의 2 지역을 관할 지역으로 컴퓨터 범죄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FBI는 이어 내년에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도 컴퓨터 수사 연구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같은 컴퓨터 수사 센터 확충은 컴퓨터 범죄 담당 수사 인력이 98년에서 지난해 사이에 680%나 급증한 사실을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FBI 캔자스시티 사무소 컴퓨터 분석 대응팀 스콧 C 윌리엄스 감독관은 “FBI가 현재 수사하는 사건의 50%가 컴퓨터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중인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의 두 FBI 컴퓨터 수사 연구소는 범죄 수사와 기소에 이용될 수 있는 증거물과 정보를 찾기 위해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조사하는 이른바 ‘PC 검시관 사무소’ 같은 역할을 해왔다. 지방이나 연방 수사관들은 이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수사를 위해 이 연구소와 긴밀하게 협력체제를 갖춰왔다. 이들 연구소들은 투자 사기, 강도, 성범죄, 살인, 테러사건 조사를 취급한다. 그 중에 두 연구소에서 가장 흔하게 다룬 사건은 어린이 포르노물 관련 범죄다.

 뮐러 FBI 국장은 컴퓨터 수사 연구소 3곳의 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모든 법집행기관의 유능한 인력과 자원을 통합하면 우리의 범죄 수사와 테러 색출, 예방 능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케빈 스태포드 캔자스시티 FBI 사무소 책임자도 “새 연구소가 컴퓨터 범죄 대응에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며 “이 센터는 FBI나 법무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역의 모든 법집행기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캔자스시티 FBI 사무소는 컴퓨터 범죄수사로 FBI에서 다섯번째로 바쁜 부서이기도 하다. 이 곳의 수사관들은 250개 가량의 홈 컴퓨터가 저장한 정보량과 맞먹는 5테라바이트 이상의 정보를 취급한다. 캔자스 지역에서 발생한 유명 컴퓨터 범죄는 존 E 로빈슨 연쇄살인 사건, 로버트 R 코트니 마약사건, 어린이 스토킹과 어린이 포르노물 사건, 아트테크 사이트 해커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컴퓨터 범죄 연구소는 미니 저장 장치, 다양한 컴퓨터 시스템, 휴대형 컴퓨터화한 차세대 무선 휴대폰 등장 등 점점 정교화되는 컴퓨터 관련 범죄 수사에서 경찰을 지원하게 된다. 이 연구소는 해당 지역내의 컴퓨터 수사 표준 기법을 만들고 수사관들이 수사 경험을 공유하도록 해준다. 윌리엄스 감독관은 “수사관들은 여러 사람에 전화할 필요없이 자신들끼리 한데 모여 자체적으로 ‘싱크 탱크’를 이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하이테크 범죄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5년 전만 해도 기업 내부자나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해커들이 하이테크 범죄의 주범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컴퓨터가 널리 보급돼 누구나 하이테크 범죄인이 될 소지가 커졌다. 마약 취급자들이 서로 전자우편으로 교신하고 위폐범들은 19달러95센트 짜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위조 수표를 인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캘리포니아 은행 강도가 훔친 증권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타이핑돼 그의 집 컴퓨터로도 출력됐었다. 이처럼 컴퓨터가 범죄에 이용되는 것과 정반대로 수사기관은 범죄수사에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 수사기관은 살인자가 홈 PC에 남긴 기록으로 행방을 추적하고 어린이 포르노 제작업자가 남긴 파일을 완벽한 증거물로 확보하게 된다. 마크 케슬러 오버랜드 파크 경찰서장은 “보통 압수 수색 때는 컴퓨터 폴더와 문서를 찾는다”고 밝혔다.

 검찰관들에게 컴퓨터 이용 범죄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컴퓨터와 통신 범죄를 담당하는 댈러스의 린다 그로브 검사는 “이제는 모든 사건이 컴퓨터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깨닫기 시작했다”며 “희생자를 모른다고 발뺌한 어린이 치한 수사에서 홈 컴퓨터에 기록된 생일파티 초청장으로 거짓이 탄로난 사례처럼 컴퓨터는 확실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댈러스 카운티 검찰관들은 지난 94년의 이 사건을 계기로 주요 사건의 모든 수색 영장에서 압수 품목에 컴퓨터를 꼭 포함시키고 있다.

 그로브 검사는 “숙련된 컴퓨터 수사 전문가가 댈러스 지역의 어린이 학대 사건에서 사건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수사관들의 명성과 기술로 이들 사건 중 재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컴퓨터 범죄 수사관들은 하드 드라이브 검색에 첨단 장비와 함께 일반적 장비를 같이 이용한다. 때로는 지워졌으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남아있는 파일을 찾는 경우도 있다.<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