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두 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ceo@skylife.co.kr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면 한국인 만큼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이를 익혀가는 민족도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우리 자신을 일컬어 보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은 결코 그렇게 보수적인 것 같지 않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강하고 유행에 대한 적응도 빠른 것이 우리 자신이 아닌가 생각된다.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바꾼 인터넷 바람을 보면 이런 현상은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바람이 21세기 화두 중의 하나인 디지털 세계에도 불고 있다. 가전제품은 이미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고 방송도 디지털의 옷을 입고 있다. 위성방송은 방송 개시부터 디지털방송으로 시작했고 지상파방송은 부분적으로 디지털방송을 개시했으며 케이블방송 또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오늘이다.
이렇게 급속도로 파급돼 가는 디지털시대에 특히 방송기업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야 할 것인가는 방송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무한 변화의 시대인 디지털 시대.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세계를 찾아가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일 것이다. 신세계로의 도전.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새로운 세계의 개척을 꿈꾸며 서부로 서부로 달려왔던 역사속의 그 사람들처럼 디지털시대에 사는 기업에는 이런 도전 정신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선발 기업들이 갖고 있는 안정성은 도전자에게는 돌파하기 어려운 관문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선발기업들은 강자간의 연합, 공고한 고객 기반, 공동 네트워크, 시장 내에서 실험을 거친 기술 표준 등이 있기 때문에 후발 사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후발 사업자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만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고 기술 또한 기존의 것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것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고객 서비스 또한 기존 기업과는 다른 보다 완벽하고 신선한 감동을 유발시켜 고객 충성도를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방송계도 마찬가지이다. 40여 년 동안 공고히 구축된 지상파 방송시장, 8년에 걸쳐 시장을 형성해온 케이블방송 등 단독 사업자이긴 하지만 위성방송사업자는 진입장벽을 뚫고 시장에 진입해야 할 후발 사업자일 뿐이다. 더구나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새로 개척해야 할 분야가 참으로 많다. 이 모든 것은 사업자의 몫이다. 자신의 기업을 튼튼한 나무로 성장시키기 위한 기업의 몫인 것이다.
다만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새롭게 변신할 수 있도록 법과 행정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임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기업은 시장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국내 방송사업자간의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이제 우리가 준비하고 싸워나가야 할 상대는 전 세계 방송사업자들인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시대, 무한 경쟁의 시대를 향한 도전 정신이 빛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