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감시 카메라가 자동차의 과속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조사가 미국에서 나왔다.
AP에 따르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수도 워싱턴DC의 7개 도로를 대상으로 속도 감시 카메라 60대를 설치하고 자동차들의 운행 행태를 조사한 결과, 운행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은 속도 감시 카메라 앞에서 평균 시속 10마일(16㎞) 이상 속도를 떨어뜨렸다. 각 지점에서 운행속도는 38%에서 최대 89%까지 줄었다.
이는 이 기간동안 속도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은 볼티모어 카운티와 대조적인 결과였다. 볼티모어에서는 자동차 운전속도가 오히려 증가했다.
IIHS의 리처드 레팅 연구원은 “이번 조사가 속도 감시 카메라의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운전자들의 준법 마인드 증진에 도움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내 70여개 도시 교통요지에는 일반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정지신호 위반 등 법을 어기는 운전자들을 잡아내고 있다. 자동차 속도 감시 카메라는 과속을 잡아낼 수 있어 사고방지 효과가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카메라의 설치·운영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많고 따라서 실치도 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개인의 권리침해 때문이다.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은 속도 감시 카메라가 특성상 자동차 운전자보다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반대 움직임은 하와이에서 있었다. 주지사 명령으로 속도 감시 카메라 사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하와이 주의회 역시 속도 감시 카메라의 시험운영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반대론자들은 “경찰당국이 벌금을 많이 거두기 위해 속도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올 들어 3월 말까지 워싱턴DC에서는 25만1474개의 딱지가 발행됐고 1050만달러가 벌금으로 모아졌다.
반면 속도 감시 카메라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은 카메라로 인해 운전의 안전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워싱턴 경찰청의 케빈 모리슨 대변인은 “카메라가 설치되기 전인 지난해 7월에는 운전자의 3분의 1이 도로에서 속도를 높인거에 반해 설치되고난 후인 올 3월에는 8명 가운데 한명만 속도를 높였다”고 밝히고 있다.
사고가 무서워서든, 벌금이 무서워서든 속도 감시 카메라는 정속 운전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