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텍스파마쉬티컬스는 유망한 관절염 신약을 개발한 업체로 지난 주 대형 제약사인 아벤티스와 함께 이 약의 초기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언뜻 희소식으로 들렸을 법했다. 하지만 보텍스 주가는 예상과 달리 그 뒤 이틀 동안 33%나 폭락해 아직도 회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현상이 최근 몇 달간 생명공학분야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임상실험 단계에서의 대수롭지 않은 실망감이 주가 폭락으로 연결되는가 하면, 미 식품의약국의 신약 승인 거부나 지연 같은 악재는 곧바로 ‘재앙’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생명공학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에 취약한 업종으로 투기꾼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급하게 수익을 올리려다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않다.
생명공학업종은 최근 몇 달간 주가가 지난 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생명공학 분야의 주요 지표인 나스닥 및 아멕스 생명공학지수는 지난해 말 이후 거의 33%나 빠졌다. 생명공학은 게다가 올들어 나스닥 종합지수나 S&P500지수 같은 표준 지표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투매가 하이테크 거품이 꺼지면서 생명공학으로 몰려들었던 투자자들이 악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메타 파트너스의 수샨트 쿠마르 생명공학 분석가는 “말기 임상실험에서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시장이 이에 대해 심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에는 긍정적인 뉴스도 투매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쿠퍼힐파트너스의 리처드 반 덴 브록은 “희소식이 주식을 매도할 좋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해석했다. 로스캐피털파트너스의 파리바 고드시안 분석가는 생명공학의 이 같은 퇴조가 지난 몇년간의 주가 폭등에 대한 반응이라고 진단했다.
대형주를 포함한 아멕스 생명공학지수는 지난 99년과 2000년에 240%나 폭등했고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도 거의 150%나 올랐다. 고드시안 분석가는 “매우 강력한 강세장 이후 조정을 기대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조정국면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 생명공학 개발펀드를 관리하는 에반 매쿨로치는 생명공학시장이 회사 각각의 특별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험 항암제인 에비툭스의 개발 및 판매를 공유하기로 하고 브리스톨 마이어스로부터 20억달러를 받은 임클론시스템스도 투자자들의 예의주시 대상이다. 임클론 주가는 FDA가 제품 마케팅 신청 접수를 거부한 뒤 80%나 폭락했었다.
신생업체들은 이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명과학업체를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회사인 버릴의 스티븐 버릴 CEO는 이에 대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주식을 매수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고 전했다.<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