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정부지분 28.36%의 매각방안 발표를 계기로 KT의 완전민영화를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KT는 재계 6위의 거대기업인 데다 통신인프라를 앞세워 각종 사업을 펼칠 경우 재계판도를 일거에 바꿔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SK·LG 등 국내 그룹사들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꺼리고는 있지만 정부의 ‘KT 국내매각 추진계획’이 발표된 이상 치열한 물밑경쟁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KT의 민영화가 국내 통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어떻게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해나갈 것인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위협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 아직 전반적인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KT 민영화의 기저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지 7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정부가 KT주식 중 28.36%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유력한 참여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그룹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일단은 끊임없이 통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삼성과 이를 견제하려는 SK·LG그룹의 3파전이 유력시된다. 당장 2조6000억원(15% 지분)에 달하는 KT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수조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삼성·SK·LG 등 3개 그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은 현재 참여계획이 서 있지 않다고 공식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는 있지만 각사별로 주도면밀하게 KT 민영화 이후의 재계판도를 그려보면서 지분매입 경쟁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당초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은 KT의 지분매입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해왔으나 머지않아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할 수 있는 안이 나옴에 따라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과 경쟁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삼가고는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삼성증권의 주간사 참여와 삼성화재·삼성생명의 움직임을 들어 지분매입에 사실상 뛰어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의 경우 통신장비업체를 겸하고 있어 장비입찰이나 더 나아가 신사업에 진출할 경우 KT의 지분확보를 통한 우선권 획득이 필수적이다. 외국인 주주의 입김이 강한 삼성전자의 불참표명이 있기는 했지만 ‘대한민국 대표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입장표현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SK·LG는 KT 경영권이 삼성으로 넘어갈 경우 통신시장의 1강체제 고착을 우려해 지분매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SK그룹의 SK텔레콤측 고위 관계자는 이미 KT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KT가 삼성으로 넘어갈 경우 당장 통신 대표그룹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데다 통신장비 조달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무선 종합통신사인 KT가 장차 삼성그룹으로 편입된다고 가정하고 LG가 제3세력을 형성, 유무선 종합통신사로 갈 경우 고립무원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가장 적극적인 KT의 삼성화 견제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LG역시 삼성으로 KT가 넘어갈 경우를 가정해 소량이나마 지분매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T가 삼성으로 넘어갈 경우 힘들게 구상해온 통신3강의 꿈이 피기도 전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파워콤·하나로 등과의 매듭이 제대로 풀릴 경우 유무선을 갖춘 2대 종합통신사로의 부상도 노릴 수 있다. 현재는 검토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너무 많다. 일단 데이콤을 앞세운 파워콤의 지분인수 문제가 걸려 있고 파워콤과 KT의 지분매입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자금 문제도 녹녹하지 않다.
이외에도 업계에서는 포스코·현대자동차와 은행·증권사 등의 이름도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KT지분 매각 주간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는 LG증권은 공식적으로 10여개 이상의 대기업과 이미 접촉을 거쳐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은행·증권·투신의 경우 기관투자자로 참여하고 난 후 전략적 투자자로도 참여해 지분매입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시세차익을 노리고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