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 개의 얼굴 `캐릭터展`

 캐릭터 산업전시회를 두고 정부부처와 민간협회간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는 그렇게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

 문화관광부가 캐릭터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자원부와 손잡고 지난 3월부터 ‘캐릭터 슈퍼페스티벌 2002’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국캐릭터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서울 캐릭터쇼’를 ‘캐릭터 슈퍼페스티벌’의 개막일인 8월 10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개최하기로 확정한 것이다. 비록 구체적으로 추진되지는 않았지만 협회는 지난해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도 같은 규모로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재의 일정으로는 두 개의 캐릭터전문 전시회가 장소만 달리할 뿐 서울에서 같은 기간에 열리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캐릭터 슈퍼페스티벌’을 추진중인 문화부와 산자부가 이 과정에서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캐릭터 슈퍼페스티벌’의 실질적인 주최측인 문화부는 산자부 산하인 한국캐릭터협회의 전시회가 산자부를 통해 취소된 것으로 알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협회가 예정대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최근에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전시회가 취소되고 협회는 ‘캐릭터 슈퍼페스티벌’의 후원사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협회측의 전시회개최에 대해 의아해 했다.

 하지만 산자부측에서는 “협회가 추진하는 개별 사업에 대해서 이런저런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할 뿐이다. 캐릭터산업육성에 나선 문화부와 산자부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은 것이다.

 캐릭터 관련 유사한 전시회가 같은 기간에 동시에 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명 국내 캐릭터산업의 육성과 업체들에 좋은 영향을 미칠리 만무하다.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살 수 있다. 따라서 두 개의 전시회가 하나로 통합되거나 시차를 갖고 열려야 한다. 뒤늦게나마 문화부는 중복 개최를 막기 위해 한국캐릭터협회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국내 캐릭터 시장은 4조원대로 올라섰다. 특히 국산 캐릭터의 점유율이 35%에 이르는 등 앞으로 수년간 매년 20% 내외의 고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국내 캐릭터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와 협회가 서로 한발씩 양보, 중복에 따른 폐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산업부·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