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제작소와 도시바, 마쓰시타 전기산업 등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중국 기업에 핵심기술을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는 이르면 내년부터 프로젝션TV 기술을 중국 기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히타치는 이를 위해 최근 중국에 나가 있는 자회사 등을 통해 기술을 제공할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히타치는 영상제어장치 등 한 달에 약 5억엔 상당의 핵심부품을 공급한 후 본사의 기술자 파견 등을 통해 프로젝션TV를 생산하는 공정기술까지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기술제공 대상기업은 핵심 부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히타치에 특허료를 내게 된다.
도시바도 2005년까지 에어컨 등 3개 품목의 기술을 제공할 협력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도시바의 기술협력 업체로 선정되면 에어컨의 핵심장치인 컴프레서(압축기) 기술과 도시바 브랜드까지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리를 갖는 대신 일정액의 로열티(매출액 1% 내외)를 내게 된다. 도시바는 또 앞으로 에어컨 등의 다양한 가전 제품을 중국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해 중국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중장기 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도 최근 중국 TCL홀딩스에 디지털TV 관련 핵심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고, 일본 산요도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에 그룹에 2차 전지와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기술을 제공키로 하는 등 기존의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업체들이 중국에 제공하는 기술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의 경쟁 업체들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거나 중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보급형 기술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특허 사용료 수입을 챙기는 한편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 자사 브랜드 상품을 생산할 협력 업체까지 확보함으로써 중국은 물론 전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2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