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기업의 위기관리

 ◆김홍 호서대학교 벤처전문대학원장 kimhong@office.hoseo.ac.kr

 

 창업보육센터의 입주업체를 컨설팅하다 보면 성장과정에서 몇 번의 위기를 맞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창업기업에 닥치는 첫번째 위기는 제품개발 완료단계에 나타나는 자금난이다. 제조업인 경우 제품의 마무리 단계인 금형제작비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대체적으로 일정액의 창업자금을 갖고 시작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금난을 맞게 되며 이는 창업자를 좌절시킨다. 창업 초기에 연구개발 계획에 맞춰 자금계획을 꼼꼼히 세우지 못한 데서 오는 결과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품개발비·시제품개발비·설비비·운영비 등 항목별·시기별 소요자금 및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번째 위기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제품을 개발한 후 판매하려고 할 때 나타난다. 제품개발 중일 때는 주위사람들도 좋은 평가를 하다가 막상 제품을 납품하려면 제품의 디자인·품질·가격 등의 이유를 들어 계약을 하지 않거나 결정을 유보하게 되는 데 이때 많은 실망감과 좌절을 맛본다. 이는 창업 초기에 소비자 입장에서 정확하게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마케팅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결과다. 때문에 냉정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타깃 마켓을 정한 다음 소비자 입장에서 기능·디자인·가격 등을 정해야 한다.

 벤처창업자가 겪는 세번째 위기는 회사를 확장할 때 나타나는 고비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이 성장해 보육센터를 떠나 자가공장을 마련할 때 불필요하게 큰 규모의 부지나 건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을 맞아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창업 초기에 회사의 적정한 성장모델을 갖지 않고 즉흥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회사의 하드웨어를 확장하는 과정에 과도한 부채를 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부채는 반드시 상환계획을 세워 둬야 한다.

 네번째는 회사 운영이 잘되고 코스닥 등록 등을 통해 충분한 자금이 있으나 후속제품이나 수익모델이 없는 경우에 나타난다. 회사 전체는 흑자나 매출액이 감소되고 후속제품 개발이 시원치 않거나 실패한 경우다. 이때 대부분이 다른 신생 벤처기업에 수익을 기대하며 여유자금을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신통한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하고 모기업의 현금흐름에 문제를 일으켜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도산한 메디슨의 경우가 이런 예다. 벤처기업이 가져야 할 비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 초기에 한가지 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해서는 안되며 제품에 관련된 기술의 트렌드나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서 3∼5년 정도의 제품개발계획 및 일련의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시작해야 된다. 현재 한국 벤처기업들이 거품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벤처 창업자들이 마주치는 다섯번째 고비는 회사의 성장에 따른 창업자의 리더십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 경우 창업자는 전문경영인을 영입, 회사를 계속 성장시켜야 하나 초기성공에 따른 자신감과 독선에 의해서 조직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결국 오판을 해 회사에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온다. 따라서 창업자는 자기 자신의 조직관리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이 회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운영을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예가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러나 GE의 잭 웰치와 같은 스타 경영인을 스스로 길러야 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창업을 한다면 이런 위기를 훌륭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5가지 고비는 어느 회사나 있을 수 있는 공통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반드시 극복해야 할 관문이다. 예비 창업자들은 이미 성공한 기업이나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두고 반드시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