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재벌 밀어주기다.’ 정부의 KT 지분매각 방안을 보는 재계와 국민의 상당수 시각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특정 재벌은 바로 삼성을 뜻한다. 삼성이 지목되는 것은 최대 15%인 전략적 투자자 지분을 확보할 만한 자금 여력을 갖춘 거의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 경제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한 삼성이 KT의 대주주가 될 경우 재계 균형이 완전히 허물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섞였다. 나아가 ‘삼성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다’ ‘여권 대선 후보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 등등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렇게 KT 민영화를 놓고 삼성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정작 당사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인수 참여를 선언하면 경쟁 재벌을 자극하며 ‘특혜설’로 증폭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불참하겠다고 하면 민영화에 찬물을 끼얹어 정부에 밉보일 수 있다. 오죽했으면 삼성이 KT 민영화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할까.
어쨌든 정황으로 보면 삼성은 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를 통해 지분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전략적 투자자로 선정되면 ‘특혜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은 불쾌한 표정이다. 이들은 “어떤 재벌이 들어와도 선진 경영구조로 경영 침해를 막을 수 있는데 왜 그리 믿지 않느냐”며 펄쩍 뛰었다. 재벌 기업의 인수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경영 침해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절묘한 꾀로 민영화안을 만든 이들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삼성이 지분도 인수하지 않았는데 특혜설이 벌써부터 나도는 것엔 뭔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KT 민영화 이후의 공정경쟁에 대한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KT가 민간기업이 되면 수익성 위주로 경영할 수밖에 없으며 공익성이나 공정 경쟁이 흔들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재벌 기업이 지분을 갖게 되면 더할 것이다.
공정 경쟁의 눈으로 보면 ‘특정 재벌이 KT를 장악하면 안된다’라는 주장보다도 ‘민영화 이후에도 KT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을 민영화 이전에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지금은 앞뒤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민영화할 KT보다 인수대상자 중 하나인 삼성이 관심을 끄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