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상거래 과세 부과 대비를

세계 무역전쟁이 온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세법(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내 15개국 재무 장관이 최근 브뤼셀에서 합의한 전자상거래 과세방안의 주요 골자는 내년 7월부터 EU 역외 국가 기업들이 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게임 및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콘텐츠에는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하고, 유럽 기업이 역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디지털콘텐츠에는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U 역내 기업은 본국의 세만 부담하면 되지만 EU 역외 기업의 경우 고객이 거주하는 국가에서 정한 세율에 따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EU의 이번 조치는 전자상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보다 확실하게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다. 또한 서비스와 무형의 재화를 인터넷으로 거래할 때 소비자가 살고 있는 나라(소비지국)에서 소비세율을 결정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합의와 맥을 같이하는 내용으로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전자상거래 과세방안을 놓고 입장을 달리하던 국가들이 이를 계기로 비과세에서 과세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이고 EU의 엄격한 룰 적용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과 심각한 무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관세를 주장해온 미국은 역내 기업과 외부 기업을 차별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EU가 전자상거래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리는 양국의 입장차이가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유럽간 철강 문제와 맞물릴 경우 자칫 미국과 유럽간 오프라인·온라인을 막론한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불사하면서 EU 15개국 재무장관이 전자상거래 과세방안에 합의한 것은 역내 IT산업 보호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상품 및 서비스 판매액이 미국 기업은 7억달러에 육박하는 반면 유럽 기업의 대미 수출액은 7000만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대미 무역역조를 좁히기 위해서는 족쇄를 채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U의 이번 합의가 미·일은 물론 우리나라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가장 큰 변화는 수십년간 기본틀을 유지해온 조세 관련법의 개정이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원동력이 디지털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세 관련법의 개정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수확대에 급급해 정보화 정책을 실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세무당국이 그동안 고수해온 항목별 세수확보 정책 등은 지나치게 경직된 것으로 21세기 디지털환경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디지털 경제시대에 맞는 전자상거래 과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디지털콘텐츠를 재화로 최종 분류한 EU의 합의를 중시, EU권에 전자전송방식으로 수출되고 있는 영화·음악·게임 등 콘텐츠 산업의 수출전략 등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OECD가 주도하는 전자상거래 소득세 부과 논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 이중과세금지·고정사업장과세 등 핵심적인 원칙에 합의한 OECD가 산하 기술위원회(TAG)를 통해 마련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이 향후 판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