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HP 고요는 `폭풍전야 서곡`

 “전투에서는 이긴 HP가 이제 이보다 더 힘겨운 전쟁에 직면해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컴팩과의 합병과 관련해 지난 6개월간 주주 대리전을 무사히 승리로 이끈 HP가 이제 새HP 출범을 맞아 이전 6개월보다 훨씬 혹독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실제 새HP는 지난 7일(현지시각)의 출범식에서 그동안의 격전에서 승자임에도 불구하고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도, 애드벌룬도, 시끌버끌한 밴드 소리도 없이 출범식을 마쳤다. 애널리스트들은 새HP 앞에 △1만5000명 감원 △컴팩과의 이질적 기업문화 조화 △연간 25억달러의 비용 절감 등 결코 성취하기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새HP의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들은 HP와 컴팩이 지난 9월초 합병을 처음 발표한 이래 IT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며 거대 기업간 합병은 경기호황 때도 성공하기 어려워 피오리나의 지도력이 어느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HP와 컴팩은 새HP 출범이전부터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는데 새HP 관계자에 따르면 1만2000명의 인원과 130만 시간이 이에 투입됐다. 칼리 피오리나 CEO, 마이클 카펠라스 사장, 로버트 웨이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서열 1∼3위 인물을 임명한 새HP는 조만간 서열 4위 인물도 임명할 예정인데 피오리나는 “최근 3개월간 HP와 컴팩이 합쳐서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며 새HP의 앞날을 자신했다.

한편 대만 경제일보는 새 HP가 올해 174억달러(6000억 뉴타이완달러) 규모의 정보기술(IT) 관련제품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HP 대만법인의 호웨이링 사장은 “HP는 올해 최대의 대만 IT제품 수입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지난해 HP와 컴팩의 수입액을 합친 5000억 뉴타이완달러보다 20%나 늘어난 액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델컴퓨터가 올해 대만업체로부터 수입할 예정인 IT제품 총액인 2000만 뉴타이완달러의 2배 이상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