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 kT민영화 서두를 이유없다

 지난해 미 포천지가 선정한 2000년 세계 500대 기업 중 통신회사는 모두 23개사였다. 이들 기업의 면모를 보면 모두 120억달러 이상의 매출액과 특정 지배주주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통신사업자의 종가라고 할 수 있는 KT는 여기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 6일 당초 동일인 지분한도를 5%로 제한했던 정부가 사실상 15%까지 확대하는 KT 민영화 방안을 확정발표한 후 여론의 관심사가 온통 대기업의 지분참여 여부에 쏠려 있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는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통한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KT 민영화는 일반 공기업 민영화와는 분명 다른 각도로 추진되어야 한다. KT가 21세기 지식정보강국의 펀더멘털인 가입자망과 향후 남북 통일시대에 대비한 각종 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 민영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영국의 BT는 지난 80년부터 93년 주식매각이 완료되기까지 무려 14년간 여러 단계의 민영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완전 민영화가 이뤄진 94년 이후에도 공정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상호접속의무, 경쟁제한적 번들링서비스 제공금지 등 각종 규제정책을 받고 있다.

 아울러 세계 1위의 통신기업인 일본의 NTT사도 88년 3차례에 걸친 정부지분 매각 이후 12년이 지난 2000년 10월 현재 46.1%에 달하는 지분을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통신사업자인 KT의 경우, 80년대 후반부터 민영화 논의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99년 5월, 1차 해외 DR발행을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KT민영화의 경우처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지 불과 3년만에 일정에 쫓기다시피 추진하는 민영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관련업계에선 KT 민영화에 앞서 번호이동성, 가입자망 공동활용 등 공정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각종 제도 마련은 물론 공적독점이 사적독점으로 귀착될 경우 이에 대비한 강력한 규제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영화 이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고는 하나 향후 특정 대기업이 KT의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자칫 통신서비스의 보편적 서비스 원칙이 무너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KT 민영화는 BT나 NTT의 성공적인 민영화 사례를 교훈 삼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업계와 KT의 주인이 국민이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수렴을 통한 국민적 합의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원수 하나로통신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