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하이테크 신문현 대표 mhs@hansong-hitech.com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인쇄회로기판(PCB) 장비 전시회에 참가해 보니 거대한 중국 PCB시장을 겨냥한 세계 굴지의 PCB장비 회사들간의 숨막히는 경쟁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들 굴지의 세계적 PCB장비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생각하니 또 다른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많은 장비업체들이 국산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열정 또한 뜨겁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PCB산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PCB는 반도체에 못지않게 정보사회에 꼭 필요한 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PCB는 전자·통신기기·기계·선박·자동차·항공기 등 모든 산업에 사용된다.
특히 IMT2000의 상용화, 디지털 가전기기의 신 수요, 포스트PC 및 인터넷 네트워크 시장의 성장에 대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산업에 있어서 반도체가 인체의 두뇌라고 한다면 PCB는 혈관과 같은 핵심부품이다. 그 용도와 역할이 전 산업에 기본이 되는 부품이다. PCB산업은 반도체산업과 더불어 핵심부품산업으로 전자부품 총 매출의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자산업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PCB산업이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요 산업군으로는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PCB산업도 반도체와 같이 전자부품산업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국내 PCB산업 육성과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PCB산업은 장비·약품·소재·부품 등 전후방산업이 동반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산화된 PCB장비를 과거와 비교하면 대단한 발전을 거듭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산화해야 할 장비가 많다. 일부 회사의 장비를 제외하고는 지금 현재 PCB 공정 라인의 70% 이상이 외국 장비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일전에 대만 모 PCB업체의 한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대만의 장비가 한국과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의 PCB 생산업체들은 대만에서 만든 자국 장비를 사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대만이 세계시장에서 PCB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 대만의 PCB 생산업체들이 자국의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됐고 이를 통해 기술에 대한 재투자가 가능했던 것이다. 즉 공생적 협조를 통해 PCB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PCB 생산회사는 국산 장비의 성능이 다른 외산 장비보다 조금 떨어지더라도 적극 사용해 PCB산업의 토양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PCB장비의 국산화는 장비 제조업체의 몫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PCB 생산업체는 외국 장비에 비해 조금 부족하더라도 국산 PCB장비를 사용해 국내업체들이 더욱 나은 장비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질타와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난해 발족한 전자회로산업협의회를 독립단체로 출범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PCB 생산업체·소재업체·약품업체·장비업체가 공생적으로 협력한다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PCB를 생산할 수 있고 머지않아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가 세계 PCB시장을 휩쓸 그날이 올 것이다.